8일 성남 남서울CC 18번홀 그린. 김비오의 챔피언 퍼팅이 홀 속으로 사라지는 순간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린 이곳에 1만명이 넘는 갤러리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3년 만에 다시 찾아온 구름관중.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화끈한 샷을 선보였고, 4일간 3만명의 관중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고요했던 `한국의 마스터스`가 다시 그 모습을 찾았다.
프로골퍼들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로 꼽는 GS칼텍스 매경오픈은 1982년 국제대회로 창설된 이후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사태에도 단 한 번의 중단 없이 41회 대회를 치러냈다. 톱골퍼들을 응원하기 위해 유명인들도 GS칼텍스 매경오픈을 찾았다. 대회 2라운드에는 `남매`로 불리는 박상현을 응원하기 위해 김효주가 방문했다. 김효주는 "12개 홀 정도 돈 것 같다. 그런데 절 알아보시고 사진을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방해가 될까봐 중간에 나왔다"며 웃어 보였다.
김우현을 응원하기 위해 씨엔블루 정용화와 방송인 강남도 힘을 불어넣었고, 2019년과 2020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자인 이태희를 응원하기 위해 후원사인 OK금융그룹에서 연습라운드 때 커피차를 선물한 데 이어 OK저축은행 배구단 석진욱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대회장을 찾았다.
3년 만에 부활한 `숯불 불고기 도시락`도 관중을 반겼다. 숯불 불고기 도시락을 처음 선보인 건 1986년. 이후 GS칼텍스 매경오픈이 남서울CC에서 열렸을 때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갤러리들과 함께했다.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대회장을 찾은 이명희 씨는 "연휴여서 아이들과 함께 셔틀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왔다. 특히 아이들이 숯불 불고기 도시락을 너무 좋아하는데 3년 만에 다시 먹게 된다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기분 좋은 `한국 선수 연승 행진`은 올해도 이어졌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2004년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를 마지막으로 해외 국적 선수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올 시즌 아시안투어 상금랭킹 1~3위가 모두 출전해 우승을 노렸지만 대회 최종일 리더보드 상단은 태극기로 메워졌다. 남서울골프장에서 열린 대회만 따지면 1995년 브랜트 조베(미국) 이후 그린재킷을 입은 외국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41년 역사를 지닌 GS칼텍스 매경오픈의 `난공불락` 기록들도 여전히 건재했다. 돌풍과 갑자기 차가워진 날씨에 더욱 빨라진 `유리판 그린`까지 선수들을 괴롭힌 결과다. 일단 `남서울CC 2연패`는 올해도 나오지 않았다. GS칼텍스 매경오픈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남서울CC에서 열렸다. 이태희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엘리시안강촌CC에서 열린 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했다. `사상 첫 대회 3회 우승` 도전도 내년으로 미뤄졌다. 기록에 도전했던 박상현과 이태희는 우승에 실패했고 대신 김비오가 역대 여섯 번째 `다승(2승)자` 명단에 합류했다. 또 김비오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서며 역대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역대 최다 타수차 우승은 `8타 차`(2011년 김경태), 최다 타수차 역전승은 `6타 차`(1994년 김종덕)였다. `9홀 최저타` 기록도 깨지지 않았다. 2001년 우승자 최광수(61)는 대회 첫날 후반 9개 홀에서 이글 1개와 버디 6개를 잡아낸 바 있다.
그래도 인도의 비라지 마다파는 짜릿한 홀인원을 터뜨렸고, 현정협은 2017년 대회 최종 라운드 이상희 이후로 하루에 이글을 2개 잡아내는 화끈한 공격골프의 진수를 선보였다.
[성남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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