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인 2012년,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 경험이 있는 김비오(32)에게 `흔들림`은 없었다. 우승에 대한 압박감과 구름 관중이 내뿜는 열기에도 김비오는 빈틈없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역대 6번째 GS칼텍스 매경오픈 다승자 대열에 합류했다. 김비오는 8일 경기도 성남 남서울CC(파71)에서 열린 제41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1오버파 72타를 쳤다. 합계 9언더파 275타를 적어낸 김비오는 단독 2위 조민규(34)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으로 3억원을 받은 김비오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통산 7승이자 아시안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KPGA 코리안투어 5년 출전권과 아시안투어 2년 출전권을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대회 전까지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 11개 대회에서 1승을 포함해 톱10에 9번 이름을 올린 김비오는 올해 대회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다. 그러나 연습 라운드에서 공을 다 잃어버릴 정도로 부진했다. 샷 감이 돌아오지 않은 그는 연습 라운드를 마친 뒤 늦은 저녁 집 주변에 있는 실외 연습장에서 수백 개의 공을 치며 첫날 경기를 준비했다.
2012년 이 대회 우승자인 김비오는 첫날 4언더파를 적어내며 GS칼텍스 매경오픈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도 침착했다. 그는 각각 3타씩을 줄이며 3라운드를 4타 차 단독 선두로 마무리했다. 샷 감이 완벽하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김비오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자기 골프에 대한 믿음이다. 한 타, 한 타 집중해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믿은 김비오는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10언더파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챔피언 조에서 최종일 경기를 시작한 김비오는 5번홀까지 파 행진을 펼치며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러나 6번홀(파3)에서 첫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김비오는 보기를 적어내며 4번홀과 6번홀에서 버디를 낚아챈 조민규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7번홀에서 조민규가 1타를 더 줄이며 공동 선두가 됐지만, 김비오는 흔들리지 않았다. 9번홀(파5)에서 침착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조민규와 격차를 2타로 벌렸다.
김비오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세운 남서울CC 공략법을 철저하게 지키며 10번홀부터 15번홀까지 파 행진을 이어나갔다.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잘 넘겨야 하는 마지막 3개 홀. 김비오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까다롭게 플레이되는 16번홀에서도 자신 있게 티샷을 날렸다. 결과는 완벽했다. 왼쪽 벙커를 훌쩍 넘긴 김비오의 공은 페어웨이 정중앙에 멈췄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그는 침착하게 파를 기록하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갔다.
17번홀에서 파를 적어낸 김비오는 마지막 18번홀에서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며 타수를 크게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자기 골프에 확신을 갖고 있는 김비오는 보기로 피해를 최소화했고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10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김비오는 역대 6번째 GS칼텍스 매경오픈 다승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비오에 앞서 박남신(12회·15회)과 최상호(10회·24회), 김경태(26회·30회), 박상현(35회·37회), 이태희(38회·39회)가 다승을 차지한 바 있다.
김비오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오른 엄지발가락을 눌러주면서 하는 스윙이다. 4년 전까지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280야드에 불과했던 김비오는 다운스윙에서 임팩트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오른 엄지발가락을 눌러주는 동작을 추가한 뒤 300야드를 가볍게 넘기는 장타자가 됐다. 그린 적중률도 크게 상승했다. 그는 클럽별 거리가 늘고 공의 탄도가 높아지면서 이전보다 편하게 아이언 샷을 구사하게 됐다.
김비오는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로 늘어나니까 골프 치는 게 쉬워졌다"며 "오른 엄지발가락을 눌러주면서 하는 스윙의 효과를 최근 코리안투어와 아시안투어에서 거둔 성적을 통해 확실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성남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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