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시간이 돼서야 허겁지겁 달려오는 동반자. 빨리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첫 티샷이 제대로 될 수가 없다. 살짝 짜증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티샷을 앞두고 몸을 푸는 내 눈앞으로 연습을 하는 동반자의 드라이버 헤드가 스쳐 지나간다. 이내 마음을 다잡고 굿샷을 날린 뒤 기분 좋게 두 번째 샷을 하러 갔는데 공이 다른 사람이 만든 벙커 발자국에 빠져 있거나 깊게 파인 디봇에 쏙 들어가 있다. 당연히 억울하고 기분이 상한다.
이번엔 까다로운 홀. 신중하게 친 티샷이 살짝 옆으로 휘어 공이 떨어진 지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날아가는 내 공을 본 동반자들은 없다. 그들은 카트에서 대화를 나누고 스마트폰을 보거나 옆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짜증이 몰려오는 가운데 앞팀이 너무 느리다. 살펴보니 연습 스윙은 하지도 않고 사진을 찍어주기에 바쁘다. 이 홀뿐만이 아니다. 계속해서 사진만 찍는 그들 때문에 홀마다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라운드는 망쳤다. 물론 가상의 상황이지만 최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사례를 모아놓은 것이다.
GS칼텍스 매경오픈,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 매경골프엑스포 등 대한민국 골프 역사를 이끌어온 매일경제와 한국대중골프장협회가 `골프 매너 향상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다. 굳이 골프를 `신사의 스포츠`라고 정의해 매너를 강조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살짝 방향을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다. 한마디로 `역지사지(易地思之)`다. 내가 좋은 분위기에서 굿샷을 하고 즐겁게 라운드를 하고 싶다면 먼저 매너를 지키면 된다.
골프 매너에 대한 논란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골퍼 1200명을 대상으로 `다음번 라운드에 초청하고 싶지 않은 골퍼는?`이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플레이하면서 (타수로) 상대를 속이는 일, 무례하고 밉살스러운 행동, 큰소리 등 폭력적인 행동, 남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 티오프 시간을 지키지 않거나 중간에 빠지는 일 등이 꼽혔다.
골프 매너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모든 스포츠 중 유일하게 `심판`이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 라운드 속도를 맞추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4시간이 넘는 18홀 라운드를 해야 한다. 최근 캐디에게 반말은 물론 명령이나 욕도 서슴지 않는 골퍼도 많다고 한다. 또 스크린골프로 다져진 골퍼들은 멀리서 꼼짝하지 않고 클럽을 가져오라고 다그치는 일도 있다. 모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 매너를 모르기에 발생하는 상황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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