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주에 걸친 긴 방학을 마친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 선수들이 기다렸다는 듯 물오른 샷 감각으로 버디 사냥을 시작했다. 이날 하루에 6타 이상 줄이지 못하면 톱10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할 정도. 출전선수 150명 중 무려 100명이 언더파를 기록했다.
25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 남·서코스(파72·7011야드)에서 열린 제59회 KPGA선수권대회 첫날 출전 선수 중 3분의 2가 언더파를 기록하며 치열한 샷 전쟁을 펼쳤다.
물론 선두는 `기록`을 썼다. 이날 단독 선두로 나선 박준섭(24·JDX멀티스포츠)은 보기 없이 버디 8개와 이글 1개를 잡아내는 완벽한 플레이로 10언더파 62타를 적어냈다. 자신의 생애 최저타이자 KPGA투어 18홀 최저타(61타)에 단 1타 모자란 대기록이다.
2001년 대만의 중친싱이 GS칼텍스 매경오픈 최종일 61타를 쳤고, 2006년 지산리조트오픈 1라운드에서 호주의 마크 리슈먼도 61타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선수`로 기준을 좁힌다면 `18홀 최저타 타이 기록`이다. 최상호 양용은 이수민 등 12명이 62타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올 시즌 열린 KPGA투어 대회 18홀 최저타 기록이다.
박준섭은 "대회를 앞두고 현대 솔라고CC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병행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면서 "공백 기간에 스스로 뒤돌아보며 멘탈을 강화하는 등 한마디로 칼을 갈았다"며 웃어 보였다.
초등학교 시절 쇼트트랙 선수였던 박준섭은 "동계올림픽을 보며 쇼트트랙을 포기한 것에 아쉬움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보며 골프로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대회 우승 상금은 2억원. 올시즌 상금 2387만1968원으로 46위에 올라 있는 박준섭이 우승하면 순식간에 상금랭킹 톱3 안으로 뛰어오를 수도 있다.
이 대회는 권위와 역사, 그리고 총상금 10억원이 내걸린 특급 대회로 선수들은 저마다 긴 휴식기 동안 갈고닦은 샷을 뽐냈다. 특히 무명선수들이 대거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돌풍을 예고했다.
재미동포 제이슨 강(28·ABC라이프)은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 8언더파 64타로 서원(32)과 함께 공동 2위에 포진했다. 이어 황재민(37·TAS)과 전성현(23)이 7타씩 줄이며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코리안투어에 첫발을 내디딘 전성현은 이날 10번홀부터 15번홀까지 버디 5개와 이글 1개로 7타를 줄이며 신기록 경신도 기대하게 했지만 이후 버디와 보기를 2개씩 맞잡아 더 이상 타수를 줄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상금랭킹 1·2위에 올라 있는 박상현(33·동아제약)과 최진호(32·현대제철)는 중위권에 머물렀다. 박상현이 2언더파 70타로 공동 67위, 최진호는 3언더파 69타로 공동 50위에 올랐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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