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最古) 대회 우승을 향한 열정일까. 아니면 너무 쉬운 코스 때문일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60회 KPGA 선수권대회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버디쇼`가 펼쳐지고 있다.
대회 첫날 공동 선두에 오른 이동하와 양용은이 9타씩 줄였던 기세를 이어 둘째날에도 치열한 언더파 전쟁이 펼쳐졌다. 톱10에 오른 11명의 중간 합계 스코어는 모두 두 자릿수 언더파.
또 이들 11명의 이날 평균 스코어는 5.54언더파다. 얼마나 치열한 버디 전쟁이 펼쳐졌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또 이날 6언더파 이상을 적어낸 선수는 무려 11명이나 된다.
23일 경남 양산 에이원CC 남·서코스(파72·6988야드)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전날 5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공동 20위에 머물렀던 박은신(27)은 이날 보기를 2개나 범하면서도 10타를 줄이는 `괴력`을 발휘했다. 버디가 무려 10개에 이글도 1개를 잡아냈다.
중간 합계 15언더파 129타로 박은신은 단숨에 공동 선두 자리를 꿰찼다.
지난주 카이도 골든V1 오픈에서 마지막 홀 퍼팅을 놓치며 연장 승부에 들어가지 못했던 박은신은 "지난주 대회에서 마지막 퍼팅을 못 넣어 아쉬웠다"면서도 "계속 대회가 있으니 아쉬워하면 컨디션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 다음 기회를 생각하고 좋게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샷보다는 멘탈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퍼팅도 중요하고 다 중요한데 압박감을 줄이고 내 페이스를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도 만만치 않다. 한국오픈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던 장이근(24)도 전날 7타를 줄인 데 이어 이날도 버디 9개와 보기 1개로 8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15언더파 129타로 박은신과 나란히 리더보드 상단으로 올라섰다.
특히 이틀 동안 15타를 줄인 장이근은 물오른 샷 감각을 앞세워 한국 남자골프 역사상 46년 만에 대기록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장이근이 한국오픈에 이어 KPGA 선수권대회를 동시에 석권하면 1971년 한장상 이후 46년 만에 두 대회를 동시에 제패하는 두 번째 주인공이 된다.
장이근은 대회에 앞서 "이번 대회에 처음 출전해서 아주 기분이 좋고 설렌다"면서 "46년 동안 두 대회 동시 우승자가 나오지 않아 힘들겠지만 열심히 해서 46년 만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엄청난 버디 전쟁에 전날 9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에 올랐던 이동하(35)는 이날 5타밖에 줄이지 못해 중간 합계 14언더파 130타로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
또 지난해 GS칼텍스 매경오픈 챔피언 박상현(34·동아제약)도 전날 3타밖에 줄이지 못해 자칫 컷 탈락의 위기에까지 몰렸지만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잡아내 중간 합계 11언더파 133타를 만들며 공동 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물론 김도훈과 박준원도 이날 7타씩 줄이며 버디쇼에 동참했다.
하지만 아쉬움을 느낀 선수도 있다. 바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이 대회에 출전한 `바람의 아들` 양용은. 양용은은 대회 첫날 9타를 줄이며 공동 선두에 올랐지만 이날 샷 난조로 버디 3개와 보기 4개로 오히려 1타를 잃었다. 중간 합계 8언더파 136타를 기록한 양용은은 공동 17위로 미끄러졌다.
엄청난 버디쇼에 각종 기록도 쏟아졌다. 박인신이 이날 기록한 10언더파 62타는 코스레코드 타이 기록. 또 무자비한 버디쇼에 컷 통과 기준이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로 KPGA 투어 신기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조병민(28·선우팜), 김진성(28), 김봉섭(34·휴셈)이 각기 다른 파3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KPGA 투어 하루 최다 홀인원` 신기록이다. 그동안 `한 대회 최다 홀인원`은 2007년 제50회 KPGA 선수권과 2009년 한중투어 KEB인비테이셔널 1차 대회에서 3개가 나온 적이 있다. 하지만 특정 라운드 홀인원 3개는 처음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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