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여자 골프대회에서 상금 10억원을 넘긴 선수는 사상 처음으로 2명이 나왔다. 5억원 이상 번 선수도 9명이었고 3억원이 넘는 고액 상금 선수도 16명이나 됐다. 1억원을 넘겨 `억대 연봉 선수` 대열에 합류한 선수는 모두 59명이었다. 반면 남자 골프대회에선 최진호(33)가 4억2392만원으로 상금왕에 올랐고, 3억원을 넘긴 선수는 전부 해야 3명에 불과했다. 1억원 넘게 번 선수도 여자 선수들에 비해 3분의 1 정도인 21명뿐이었다.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가 스포츠 종목 남녀 선수 상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축구와 골프가 가장 평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여자 골프 인기에 치이고 있는 국내 남자 골퍼 선수들이 들으면 정말 기가 막힐 조사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남자 골퍼들이 목에 힘을 잔뜩 줘도 될 정도다. 일단 대회 일정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가 이미 3명이 나왔다. 작년 상금왕 최진호가 3억4397만원으로 랭킹 1위를 달리고 있고 장이근이 3억3125만원, 김승혁이 3억591만원을 벌어 3억원을 넘겼다. 국내 남자 골프 무대에서 3억원을 넘긴 선수가 가장 많았던 때는 2012년으로 5명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해 남자 골프 사상 세 번째로 5억원을 넘긴 상금왕이 나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국내 남자 골프에서 5억원을 넘긴 상금왕은 2009년 배상문(5억6495만원)과 2014년 김승혁(5억8914만원) 둘뿐이다. 상금 1억원 이상을 번 선수도 벌써 14명이나 나왔다.
올해 여자 골퍼들이 번 상금과도 비슷하다. 현재 여자 골퍼 중 상금 3억원을 넘긴 선수는 5억8015만원으로 상금 1위에 나선 김지현을 비롯해 김해림(4억1718만원), 이정은(3억9813만원), 김자영(3억952만원)까지 4명이 전부다. 1억원을 넘긴 선수는 20명에 불과하다.
올해 남자 골프대회는 지난해보다 6개나 늘어난 총 19개 대회로 치러지고, 총상금도 144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찍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같은 전통 대회가 든든한 버팀목으로 버텨주고 신생 대회가 추가되면서 남자 골프가 부활의 날갯짓을 한 것이다.
신바람 난 선수들도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과 화끈한 버디 사냥으로 화답하고 있다. 22일 경남 양산 에이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KPGA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가장 뜨거운 버디 행진을 벌인 주인공은 아시아 유일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 양용은(45)이다. 지난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컷탈락했던 양용은은 분풀이를 하듯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고 9언더파 63타로 이동하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다. 특히 8번홀에서 12번홀로 이어지는 `5개홀 연속 버디`가 짜릿했다.
버디만 8개를 잡은 박배종과 이글 1개, 버디 7개, 보기 1개를 기록한 김건하가 8언더파 64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상금 2위에 올라 있는 장이근은 7언더파 65타를 쳐 전성현, 이태규, 김우찬, 김병준 등과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모처럼 귀국한 김경태(31)가 5언더파 67타 공동 20위로 무난하게 출발했고 국내 상금 1위 최진호(33)도 4언더파 68타에서 선두 추격의 의지를 다졌다. 역대 우승자 출신 중에서는 버디 5개, 보기 2개로 3언더파 69타를 친 박노석(50)의 성적이 가장 좋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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