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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국내 여자골프 무대에서 이보미(29)가 상금왕에 오른다. 그다음 해와 2012년에는 `88년 동갑내기` 김하늘(29)이 친구의 뒤를 이어 상금퀸에 등극한다.
골프팬이라면 누구라도 잘 알듯이 2015년과 2016년 일본여자골프 상금왕은 `스마일퀸` 이보미다. 올해는 `미소천사` 김하늘이 일본여자골프 상금 선두에 나서며 이보미의 상금퀸 계보를 이을 태세다. 약간은 다른 듯하지만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평행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이보미와 김하늘의 일본여자골프 무대 성공 스토리도 빼닮았다. 두 선수 모두 일본 무대 진출 초기 지독한 부진을 겪으며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2010년 국내 여자골프 상금왕을 차지하고 이듬해 일본여자골프 무대에 진출한 이보미는 데뷔 첫해 지독한 `쓴맛`을 봤다. 한국과 일본 대회를 정신없이 오가다 보니 아무 곳에도 적응하지 못해 1승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당시 이보미는 일본 28개, 한국 12개 대회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그 결과 일본 상금랭킹 24위, 한국에서는 20위에 머물렀다. 일본 무대 평균 타수도 72.17타로 좋지 않았다.
김하늘 역시 데뷔 첫해인 2015년 초반 극심한 난조를 겪었다. 데뷔전을 시작으로 17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했고 그해 9월 먼싱웨어 레이디스 도카이 클래식에서 첫 승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상금 순위(23위)와 평균 타수(72.22타)가 형편없었다. 일본 무대를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약한 마음이 가슴속에 자리 잡을 즈음 터진 우승은 둘에게 `반전의 기회`가 됐다.
2012년 3승을 올리며 상금 2위를 차지했던 이보미는 2013년 상금 7위, 2014년 상금 3위 등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더니 2015년에는 무려 우승과 준우승을 7번씩 하면서 상금왕에 올랐다. 그것도 일본 골프 사상 최대 상금(2억3049만엔)의 주인공이 됐다. 2016년에는 상금왕과 함께 일본 여자골프 평균 타수 새 기록(70.09타)을 썼다.
하지만 올해 이보미의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12개 대회에 출전해 컷탈락 2번, `톱10` 2번을 차지하는 완전 평범한 선수가 됐다. 상금랭킹도 25위로 기대 이하다. 주위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기술적으로도 아이언샷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2015년(74.58%)과 작년(74.46%) 2년 연속 그린적중률 1위에 올랐던 컴퓨터 아이언샷이 올해 64.56%(24위)로 확 무뎌졌다. 퍼팅 역시 2015년(1.75개)과 2016년(1.77개)에 비해 올해(1.80개) 상당히 좋지 않다. 대신 6년 전 한국에서 활약할 때처럼 이보미의 부진을 김하늘이 메우고 있다.
작년 2승을 거두고 상금 4위에 오르며 적응을 마친 김하늘은 올해 벌써 3승을 올리면서 상금랭킹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그린적중률 2위(70.51%), 홀당 평균 퍼팅 수 2위(1.76개) 등 무적의 샷감을 보이고 있다. 이 분위기라면 2017년 상금퀸은 김하늘의 몫이 될 것 같다.
2010년 이보미가 국내 여자골프 상금왕에 올랐을 때 김하늘은 상금 21위로 부진했다. 2011년 김하늘이 상금퀸이 됐을 때 이보미의 상금 순위 역시 20위로 좋지 않았다.
한국에서 뛸 때 그해 성적이 엇갈리는 `평행이론`마저도 올해 일본에서 재현될 조짐이다. 하지만 골프팬들은 둘이 사이 좋게 상금 1·2위를 나눠 갖고 `스마일 퀸`의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이보미는 22일부터 나흘간 일본 지바현 우라시 카멜리아 힐스 골프장(파72)에서 열리는 어스 몬다민컵에 디펜딩 챔피언으로 출전해 반전의 샷을 노린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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