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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S오픈서 16언더로 `최다 언더파` 타이 우승
"이번주에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우승자들과 나란히 하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믿을 수 없고 너무 특별하다."
세계 랭킹 1~3위 선수들이 줄줄이 컷 탈락하는 최고의 이변이 펼쳐진 제117회 US오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던 `장타자` 브룩스 켑카(미국)가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에린의 에린 힐스(파72·7721야드)에서 막을 내린 US오픈 최종일 4라운드. 선두 브라이언 하먼(미국)에게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켑카는 시속 40㎞에 달하는 강풍 속에서도 맹타를 터뜨리며 전반에만 3타를 줄였다. 마쓰야마 히데키와 하먼 등이 맹추격을 펼치던 후반에 켑카는 14번홀부터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이날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켑카는 공동 2위에 오른 마쓰야마와 하먼을 무려 4타 차로 따돌리며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켑카가 기록한 16언더파는 US오픈 역사상 최다 언더파 타이기록이다. 2011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렸던 대회에서 16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바 있다.
역대 US오픈 사상 최장 거리 코스에 대회 최종일 강풍까지 불었지만 장타로 무장한 켑카를 막을 수는 없었다.
PGA 투어 장타 랭킹 5위에 올라 있는 켑카는 최종일 무려 평균 318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때려내며 페어웨이를 단 한 차례밖에 놓치지 않았고 `레귤러 온` 확률도 무려 94%에 달했다. 특히 켑카는 18번홀에서 379.3야드의 드라이버샷을 날리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번 대회로 봐도 `정교한 장타`가 돋보였다. 켑카는 대회 평균 그린 적중률 86%로 1위, 페어웨이 적중률은 88%로 4위다.
1990년생인 켑카의 이력은 독특하다. 플로리다주립대 시절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켑카는 2012년 프로 데뷔전이었던 US오픈에서 컷 탈락을 당하며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한다. `골프 유목민`이 돼서 내공을 쌓기로. 첫 도전지는 유러피안 챌린지(2부) 투어다. 당연히 힘겨웠다. 카자흐스탄, 케냐 등 골프 불모지에서 열리는 마이너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켑카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 경험이 내가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돌아봤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았다. 챌린지 투어에서 4승을 거두고 2013년에는 스코티시오픈에서 유러피안 투어(1부)로 올라섰다. 승승장구했다. 터키항공 오픈에서 유러피안 투어 첫 승을 기록했고 초청 선수로 출전한 PGA 투어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2014~2015 시드를 받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 골프를 시작해 유럽을 돌고 돌아 다시 금의환향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2015년 피닉스오픈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기록한 뒤 2년 뒤인 이날 자신의 PGA 투어 통산 2승을 `메이저 대회`이자 `내셔널 타이틀`로 장식하는 데 성공했다.
현존하는 골프대회 사상 가장 많은 우승상금인 216만달러(약 24억5000만원)를 벌어들인 켑카는 시즌 상금을 446만4771달러로 늘리며 종전 19위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세계 랭킹도 종전 22위에서 10위로 급상승했다.
켑카가 기록한 합계 16언더파는 2011년 US오픈에서 매킬로이가 작성했던 최다 언더파 기록과 같다.
이날 켑카 못지않게 관심을 받은 사람이 있다. 바로 우승 순간 달려가 키스를 했던 애인 지나 심스. 이날 경기를 중계하던 폭스 스포츠 해설가는 "지금 켑카와 키스한 사람은 축구선수 베키 에드워즈"라고 말했다. 하지만 틀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우승 키스 여인`은 새 애인인 심스. 영화배우이며 모델 일을 하고 10대 시절 미스 조지아 틴에 선정됐던 미녀다.
US오픈이 켑카의 우승으로 끝난 가운데 `한국 영건` 김시우(21·CJ대한통운)는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김시우는 등 통증이 재발하며 이날 보기만 3개를 범해 결국 공동 13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래도 김시우는 "큰 대회에서 좋은 선수들과 경기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한 뒤 "아쉽지만 첫 US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 선전으로 세계 랭킹도 29위로 세 계단 상승했다.
김시우처럼 아쉬움을 남긴 선수들도 있다. 역전패를 당한 하먼은 US오픈 사상 최초로 `왼손잡이 우승`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3라운드에서 9언더파로 US오픈 최저타 기록(1973년 조니 밀러)을 44년 만에 경신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날 3타를 잃고 공동 9위로 내려앉았다.
반면 공동 2위에 오른 마쓰야마는 아쉽게 우승은 놓쳤지만 아시아 선수 US오픈 최고 성적 타이기록을 세웠고 세계 랭킹도 2위까지 오르며 최고의 하루를 만들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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