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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부상 완치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 4주 동안 클럽을 한 번도 안 잡았어요. 지금은 최대한 샷 감각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특유의 침착하고 또박또박한 말투. 목소리가 아닌 `글`로 하는 서면 인터뷰인데도 전인지(23)의 그 말투가 느껴졌다. 지난 3일 미국 올랜도로 전지 훈련을 떠나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전인지는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을 앞두고 올 시즌 목표와 골프 선수로서 자신의 생각을 명쾌하게 전했다.
이제 LPGA 투어 2년 차. 전인지는 먼저 "확실히 미국 생활에 정이 들어가고 있다"며 "지난해보다는 확실하게 편안하다"고 전했다. 이어 "작년에는 정신없이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투어를 다니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한 뒤 "예를 들면 더 많은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쉬는 날엔 대회장 주변에 좋은 곳들도 가보는 것"이라며 설레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전인지는 `에비앙 챔피언십`을 지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전인지는 "2015년에 예선 탈락을 하면서 다음에는 꼭 우승하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그렇게 목표를 밝혔던 대회에서 팀원들과 함께 멋지게 우승했다"고 최고의 장면으로 꼽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런데 반대로 `가장 아쉬운 장면`은 꼽지 않았다. 전인지는 "아쉬웠던 장면은 없었다"고 딱 잘라 말했다. 물론 메이저 우승에 신인상·베어트로피까지 거머쥐었지만 앞서 예상치 못한 부상과 그로 인한 공백, 그리고 올림픽에서의 부진과 단 1승. 그런데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단다. 전인지의 `발상의 전환` 때문이다. 전인지는 이번 부상이나 앞서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의 100m 샷 실수 등이 있어도 이후 자신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면 `실패`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것이다. "성적이나 다른 문제 때문이 아니라 대회 후반으로 갈수록 안 좋은 습관들이 나온 것 때문에 아쉬움이 남았다"고 말한 전인지는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있어야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인지는 올 시즌 지난해의 아쉬움을 되새기며 업그레이드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치료와 휴식을 하며 몸이 좋아졌다. 동계훈련 첫 번째 목표는 `튼튼`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미국으로 오신 필라테스 선생님과 체력 훈련을 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특히 `벙커샷`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아쉬웠던 샷 기술이 벙커샷이었다"고 말한 전인지는 "바운스를 잘 이용해서 벙커샷을 하려고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각도 행동도 모두 똑 부러지는 전인지. 2017년 목표도 구체적으로 세웠다. 전인지는 "올해에는 메이저 대회 승수를 더 추가하고 싶다"고 답했다. `메이저 퀸`을 넘어 `메이저 킬러`다운 모습이다. 전인지는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거둔 13승 중 메이저 대회가 7개나 된다. 절반이 넘는다. 그만큼 까다롭고 어려운 코스에서 빛을 발한다. 일관성 있는 스윙과 무너지지 않는 강철 멘탈 덕분이다. 그리고 어려울수록 더 즐기는 마음도 한몫한다.
힘든 과정도 즐기는 힘, 바로 긍정이다. 물론 전인지는 대회 도중 긍정의 힘을 스스로에게 불어넣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나름의 주문이 있다. `기다리면 해는 다시 뜨게 되어 있다`는 말과 `나는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문장. 전인지는 "게임이 잘 안 풀릴 때는 나만의 문장을 스스로에게 메시지로 남겨 놓는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설렌다`고 말하는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전인지는 "지난해에는 2번홀쯤 와 있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3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서 있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배우고 보완해야 할 것들도 많다고 말하는 전인지다운 답변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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