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옮긴 박성현(24)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 화제다. "영어 할 때마다 살고 싶지가 않다"는 푸념과 함께 침대에 누워 찍은 사진을 올린 것. 골프 실력만 본다면 무서울 것 없는 박성현도 영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졌다.
하지만 박성현의 영어 실력은 스스로 평가한 것처럼 나쁘지 않다는 것이 현지 매니저의 평이다. 오히려 "일단 영어에 대한 센스가 있고 머리가 좋아서 실력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현은 현재 미국 원어민 선생님을 두고 있고 `전담팀` 매니저와 평소에도 영어로 대화하며 공부하고 있다.
해외 투어에서 언어의 중요성은 그 어느 것보다 크다. 현지 생활에 적응하고 동료 선수들과 대화를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기 때문. 그런데 이전까지 영어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영어는 큰 벽일 수밖에 없다. 묘하게 선수들의 투어 성적과 영어는 비례한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빨리 떨친 선수들은 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자 프로골퍼는 "해외 투어에 진출했을 때 영어나 일본어를 빨리 구사할 수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 뒤 "외국어가 늘지 않으니 자꾸 한국 선수들과 지내게 되고 외국 친구들이 적어 슬럼프까지 찾아왔다"고 털어놨다.
LPGA 투어에서 성공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영어의 벽`을 뛰어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수들은 한결같이 골프 실력뿐만 아니라 영어 능력을 키우는 데도 집중한다. 재미있는 것은 선수들의 다양한 개성만큼이나 영어 공부를 하는 방법도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골퍼는 전인지(23)다.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미국에 진출한 지 1년도 채 안됐던 전인지는 영어로 유창하게 우승 소감을 밝혔다. 물론 신인상 소감도 깔끔하게 영어로 소화했다.
전인지의 영어 공부법은 차분하고 꼼꼼한 성격답게 `반복`이다. 전인지는 인터뷰에서 통역 없이 영어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전인지는 "라운드 후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공식 인터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 라운드 도중 중얼거리며 연습한다"고 설명한 뒤 "혼잣말로 인터뷰를 미리 연습하면 원하는 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른 것을 생각하면 긴장도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전인지는 캐디백에 작은 책 두 권을 갖고 다닌다. 하나는 코스 공략에 필요한 야디지북이고, 다른 하나는 필요한 영어 문장을 적어 놓은 `영한 번역책`이다. 주위 사람들도 잘 이용한다. 전인지의 매니저는 호주 사람, 캐디는 아일랜드 사람이다. 전인지는 "매니저, 캐디와 스무고개 놀이를 한다. 단어를 설명하고 맞히면서 영어도 조금씩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비법을 설명했다. 물론 이들은 전인지의 영어 표현을 종종 교정해주기도 한다.
전인지가 `꼼꼼한` 스타일이라면 반대도 있다. `우선 질러` 스타일이다. 화려한 제스처를 동반한 영어를 구사하는 김세영(25)이 바로 그 주인공. 김세영은 "잘하든 못하든 우선 영어를 계속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말할 정도다. 김세영은 2년 전 LPGA 투어 데뷔 석 달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할 당시에도 `무데뽀 영어`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무조건 부딪쳐서 영어를 사용한 탓에 300달러면 빌릴 수 있는 렌터카를 1000달러에 빌리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모두 `배우는 과정`이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여가 생활과 영어 공부를 함께하는 `TV`파도 있다. 장하나(25)와 유소연(27)이다. 장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를 통해 공부하며 유창한 영어를 만들었다. 유소연은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등 일주일에 두 차례씩 3시간 정도 영어 공부에 투자해 지금은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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