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남자 골프대회가 열린 골프장 홀 중 가장 어렵게 플레이된 곳은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이 치러진 경기도 성남 남서울CC 18번홀(파4·378m)이었다. 4라운드 평균 4.49타를 기록했다. 한국 최고 골퍼들이 기준 타수보다 0.49타나 더 친 것이다. 2명 중 1명은 보기를 기록한 셈이다. 나흘간 전체 버디 수는 21개에 불과한 반면 131개의 보기가 쏟아졌다. 더블보기 35개, 트리플보기는 1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남자 대회에서는 이 홀 스코어를 비웃을 만한 치명적인 `마(魔)의 홀`이 등장한다. 다름 아닌 남서울CC 16번홀이다. 지난해까지 파5홀로 치러지던 이 홀을 올해 대회에서는 약간 거리를 줄여서 파4홀로 세팅하기 때문이다. 남서울CC 18홀 기준 타수도 `파72`에서 `파71`로 변경된다.
작년 파5의 501m로 세팅했을 때 16번홀의 평균 타수는 4.89타였다. 기준 타수보다 0.11타 적게 나와 전체 18개 홀 중 세 번째로 쉽게 플레이됐다. 하지만 올해 대회에서는 지난해보다 14m 줄어든 487m로 세팅하지만 파4홀로 변경해 가장 어려운 홀로 거듭날 전망이다.
파5홀을 파4홀로 바꿔 치르는 것은 남서울CC 16번홀이 처음은 아니다. 코오롱 한국오픈이 열리는 우정힐스 11번홀은 원래 파5홀이지만 대회 때만은 파4홀로 바꿔 세팅된다. 452m 파4홀로 바뀐 작년 이 홀 평균 타수는 4.32타였다. `마의 홀`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남서울CC 16번홀은 차원이 다를 전망이다. 이미 201명이 출전한 예선전 때 파4홀로 세팅했더니 그 진가가 드러난 바 있다. 버디 3개, 파는 66개밖에 나오지 않은 반면 보기 100개, 더블보기 20개가 쏟아졌다. 트리플보기와 더블파가 5개씩 나왔고, 한꺼번에 5타를 잃는 `퀸터플 보기`도 2개나 나왔다. 201명의 이 홀 평균 타수는 기준 타수보다 0.90타 많은 4.90타였다. 이 스코어는 남자골프 역대 최악의 홀과 비교하면 얼마나 나쁜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대회에서 가장 악명을 떨쳤던 홀은 2007년 금강산 아난티 NH농협오픈이 열린 금강산 아난티 골프장 12번홀이다. 당시 929m짜리 파6홀로 세팅된 이 홀의 4라운드 평균 타수는 6.89타였다.
2012년까지 메리츠 솔모로오픈이 열린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 14번홀(파4·체리코스 5번홀)도 지독히 악명을 떨친 곳이다. 2011년 평균 타수가 4.77타였고 2012년에도 4.85타로 어렵게 플레이됐다.
남서울CC 16번홀이 파4홀로 변경되면서 5월 4일부터 나흘간 남서울CC에서 열릴 제36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는 숨막히는 막판 드라마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16번홀(파4)-17번홀(파3)-18번홀(파4)`로 이어지는 마지막 3개 홀은 한국 골프 역사상 가장 어려운 `클로징 3홀`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명인열전`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GC `아멘코너(11~13번홀)` 못지않은 승부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
`골프 성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 17번홀에는 `로드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는 무시무시한 의미다. 앞으로 `한국의 로드홀`과 `한국의 아멘코너`를 모두 넘지 않고서는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 정상에 설 수 없게 됐다.
■ 주최 : 매일경제 / MBN / GS칼텍스
■ 주관 : 대한골프협회
■ 협찬 : SIMONE / PING / 한독모터스 / APPLERIND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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