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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기아클래식에서 우승한 한국 선수는 첫 대회였던 2010년 챔피언 서희경이 유일하다. 이후 여섯 차례 연속 우승컵은 외국 선수 몫이었다. 하지만 8회째인 올해 대회 최종 라운드는 한국 선수끼리 우승 경쟁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 아비아라 골프장(파72)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 리더보드 상단에 한국 선수들 이름이 대거 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미림(27)이 단독 선두에 나섰고 허미정(28)이 1타 차 단독 2위, 그리고 전인지(22)가 3타 차 공동 3위를 달리고 있다. 우승을 넘볼 수 있는 한국 선수는 더 있다. 선두에 5타 뒤져 공동 8위에 오른 유소연(27·메디힐)과 박성현(23·하나금융그룹)도 몰아치기에 능해 대역전극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이날 5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단독 선두에 나선 이미림은 2014년 마이어클래식과 레인우드클래식에 이어 2년5개월 만에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경기 후 LPGA와 인터뷰하면서 이미림은 "똑바로 치려고 노력했고, 똑바로 치는 것만 생각하니 더 많은 버디를 잡았다"며 "오늘 좋은 경기를 한 만큼 내일도 오늘처럼 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이후 승수를 더하지 못하고 있는 허미정 역시 통산 3승에 대한 강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허미정은 이날 마지막 3개 홀을 모두 버디로 장식하며 6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04타를 기록했다.
특히 18번홀에서 20m짜리 롱 버디퍼팅을 떨어뜨린 허미정은 "인생에서 가장 긴 퍼팅인 것 같다"며 "이 버디가 내일 경기에도 큰 도움을 줄 것 같다"고 최종일 선전을 기대했다.
지난주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상승세를 탄 전인지도 3번홀 보기로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이후 버디 6개를 잡으며 3타 차 공동 3위(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역전승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주 퍼팅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고 평가한 전인지는 "하지만 내 목표는 항상 경기를 즐기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기회도 올 것"이라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7타를 줄인 유소연과 3언더파 69타를 친 박성현도 8언더파 208타로 공동 8위에 올랐고, `돌아온 여제` 박인비(29) 역시 6언더파 66타를 쳐 공동 16위(6언더파 210타)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현지 언론은 공동 3위에 오른 크리스티 커(미국)를 거론하며 `데자뷔 역전승`을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이다. 2015년 기아클래식 챔피언은 현재 세계 랭킹 35위까지 떨어진 커다. 당시 커는 최종일 3타 차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선두가 바로 이미림이었다. 하지만 커의 역전 우승을 기대하기에는 당시보다 샷이 많이 녹슬었고, 리더보드에 올라 있는 한국 선수들 면면이 너무 화려하다. 또 올해 개막전 챔피언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이 오스틴 언스트(미국), 카린 이셰르(프랑스) 등과 함께 공동 5위(9언더파 207타)에 포진했다.
지난해 우승자인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2라운드에서 합계 2오버파 146타를 기록해 컷 기준선에 1타 모자라 컷탈락했다. LPGA투어에서 91개 대회를 뛴 리디아 고가 컷 탈락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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