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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8개월 만에 개인 통산 9승째를 노리던 최경주(45·SK텔레콤)에게는 너무 잔인한 날씨였다. 아니 악천후보다 더 운이 나빴던 건 침착하기로 유명한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를 만났다는 것이다. 2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 4라운드 잔여 경기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7569야드).
8개 홀만을 남긴 최경주는 이미 3언더파 69타를 치며 경기를 끝낸 스네데커와는 동타, 단독 선두 지미 워커(미국)에게는 1타 뒤져 있었다.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무려 4년8개월 만에 개인 통산 9승째를 기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대회 최종일 스네데커만이 언더파를 기록할 정도로 선수들을 힘들게 했던 악천후는 최경주에게도 예외 없었다. 이날 경기는 원래 현지시간으로 오전 8시에 재개될 예정이었지만 밤사이 몰아친 강풍 탓에 쓰러진 나무를 정리하는 등 코스 정비에 시간이 더 걸려 오전 10시에 재개됐다. 코스 안전을 이유로 갤러리 입장도 금지됐다.
3번 우드로 안전한 티샷을 하며 3개 홀에서 파를 기록하던 최경주에게 뼈아픈 보기가 나왔다. 14번 홀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고 두 번째 샷도 러프로 향했다. 결국 2m 남짓 되는 파 퍼트가 왼쪽으로 살짝 비켜갔다. 이 홀까지 스네데커, 워커와 공동 선두였던 최경주는 1타 뒤처지기 시작했다. 최경주는 마지막 홀(파5)에서도 우승에 대한 꿈을 접지 않았다.
티샷과 두 번째 샷 모두 계획대로 잘됐다. 125야드를 남기고 앞바람이 부는 상황. 고민하던 최경주는 8번 아이언을 잡았고 부드럽게 샷을 날렸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핀을 한참 지나 8m가량 떨어진 것. 조금 짧게 쳐서 내리막을 타게 해 홀에 붙이려던 전략에 실패한 최경주는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하늘을 쳐다봤다. 이어 신중하게 친 버디 퍼팅이 홀 왼쪽으로 휘어지고 파로 마무리한 최경주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최경주는 전날 10개 홀을 치르며 보기 4개와 버디 1개로 3타를 잃은 뒤 이날도 남은 8개 홀에서 보기만 1개를 기록해 총 4타를 잃고 최종 합계 5언더파 283타, 단독 2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최종일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무려 77.9타나 됐다. 메이저 대회를 빼면 최근 25년 내 두 번째로 나쁜 스코어다. 3라운드 때 최경주와 함께 공동 선두에 나섰던 스콧 브라운(미국)은 최종일 무려 15오버파 87타로 무너졌다. 브라운은 7번홀에서 17번홀까지 버디는커녕 파도 잡지 못했다.
반대로 스네데커는 6타차를 뒤집는 역전쇼를 펼쳤다. 스네데커는 통산 8승 중 6타 차 이상을 뒤집은 것이 이번으로 세 번째다. 또 스네데커는 2라운드까지 컷 통과 막차를 타서 우승까지 일궈내는 진기록을 달성했다. 2010년 7월 캐나다오픈의 카를 페테르손(스웨덴)이 컷 통과 막차를 탄 뒤 우승한 최근 사례였다.
아쉽지만 최경주에게는 부활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는 게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이다. `프레지던츠컵 부단장`을 하며 투어에 집중하지 못했던 지난해 최경주는 19개 대회에 출전해 단 한 번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25위 안에 든 것도 단 두 차례뿐이다. 시즌 막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가 펼쳐질 때 최경주는 조용하게 마무리 훈련을 해야 했다.
동계훈련을 통해 칼을 간 효과는 컸다. 최경주는 새해 초반 열린 대회에서 1년7개월 만에 다시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경주는 2위 상금 70만2000달러(약 8억4000만원)를 받아 상금랭킹을 19위까지 끌어올렸고 페덱스컵 랭킹도 22위로 올라섰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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