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체력이 올라오면서 스윙도 좋아졌다. 8월 올림픽 전까지 3승이 목표인데 이제 2승 남았다."
`골프 천재` 김효주(21·롯데)가 1일(한국시간) 바하마 파라다이스 오션클럽 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끝난 201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퓨어 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올 시즌 당찬 각오를 드러냈다.
공동 선두 그룹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김효주는 최종일 버디를 무려 8개나 쓸어 담고 보기는 단 1개로 막아내며 7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김효주는 김세영(23·미래에셋),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 등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LPGA 투어 통산 3승에 성공했다.
우승상금 21만달러를 받은 김효주는 LPGA 투어 통산 우승상금 100만달러도 돌파하며 기쁨이 배가됐다.
2014년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으로 지난해 LPGA 투어에 입성한 김효주는 3월 LPGA 파운더스컵에서 일찌감치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살인적인 일정에 체력이 바닥났고 하반기 들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이런 아픔을 알기에 올겨울 동계훈련은 어느 때보다 혹독하게 견뎌냈다. 김효주는 "태국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근력과 지구력을 키웠고 저녁에는 매일 5㎞ 정도를 뛰면서 몸이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효주는 개막전 우승으로 지난해 부진에서 탈출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세계 랭킹을 7위까지 끌어올리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권 확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제 김효주 앞에는 박인비(2위) 김세영(5위) 유소연(6위)뿐이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개막전에 불참했던 유소연 양희영 전인지(10위) 등은 이번주 열리는 코츠 챔피언십에 출전해 본격적인 `태극마크 전쟁`을 시작한다.
지난해 시즌을 끝내고 "내년에는 시즌 초반부터 불꽃샷을 날리겠다.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던 김효주는 이날 거침없이 샷을 날렸다. 전반에 3연속 버디를 앞세워 4타를 줄인 김효주는 후반에서도 12번홀부터 또다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가장 어렵게 세팅된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주춤했지만 이어진 17번홀(파3)에서 2.5m 버디퍼팅을 성공하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김효주는 "18번홀까지 루이스 스코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18번홀 플레이 중간에 17번홀 루이스 결과를 알았고 그때 우승을 확신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올림픽은 꼭 출전하고 싶지만 아직 노력해야 된다. 올림픽보다 먼저 다음 대회에 더 잘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며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시상식에는 호주동포 이민지가 김효주 우승 소감을 통역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효주는 "매니저가 건강 문제로 다음 대회까지 동행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민지가 먼저 통역을 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한 뒤 "영어 공부는 하지만 아직 인터뷰는 무리다. 더 완벽해졌을 때 직접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디펜딩 챔피언` 김세영도 김효주와 함께 공동 2위에서 출발해 차곡차곡 타수를 줄였지만 9번홀(파4)에서 통한의 더블 보기를 범하며 공동 2위에 머무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세영은 "타이틀을 방어하지 못해 조금 실망스럽다. 최선을 다했지만 김효주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래도 오늘 경기는 잘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K골퍼는 김효주·김세영과 함께 이일희(28·볼빅)가 공동 5위를 차지했고 곽민서(25·JDX)가 공동 8위에 오르는 등 총 4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3라운드에서 LPGA 투어 최초 `파4 홀인원`을 기록한 장하나(24)는 이날 6타를 줄였지만 공동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여자 골퍼들이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은 반면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루이스는 올 시즌 개막전에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루이스는 2014년 6월 아칸소 챔피언십 이후 무려 19개월 동안 우승 없이 준우승 횟수만 `9`로 늘리는 데 그쳤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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