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가장 먼저 평균 300야드 이상을 친 선수는 `풍운아` 존 댈리(미국)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12년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PGA 장타왕을 놓친 적이 없는 댈리지만 300야드 이상을 친 것은 1999년이 처음이다. 이후 2002년까지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댈리가 유일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장타 경쟁이라도 하듯 평균 300야드를 치는 장타자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3년 9명으로 껑충 뛰더니 2004년 14명, 2005년 26명 등 해마다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그 숫자 역시 정체되는 분위기다. 올해 장타자의 기준이 되는 `300야드 클럽`에 가입한 선수는 모두 27명이다. 300야드 이상 치는 선수 신기록이 1명 더 늘어나는 데 무려 11년이 걸린 것이다.
골프용품 회사들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접목해 드라이버와 골프공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늘어난 거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장타자 숫자뿐 아니라 PGA 평균 티샷 거리도 획기적으로 늘지 않았다. 올해 PGA 투어 드라이버샷 평균 거리는 290.8야드로 바로 전 시즌 289.7야드보다 조금 늘었을 뿐이다. `300야드 클럽`에서는 최다 숫자를 기록했지만 평균 거리에서는 2011년 신기록(290.9야드)에 약간 못 미친다. 2005년(287.1야드)에 비해서는 3.7야드 정도 늘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올봄 비슷한 통계를 내놨다. 몇 개 주요 투어를 조사한 결과 2003년에서 2015년까지 10년 조금 넘는 기간에 드라이버샷 거리가 평균 1% 정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멀리 치면서도 똑바로 보내는 `컴퓨터 장타자`가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장타자들은 페어웨이 안착률이 50%에 못 미친다. 하지만 300야드 이상을 치면서도 페어웨이 안착률이 60%를 넘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이른바 `300-60`을 만족한 선수는 모두 4명이다.
페어웨이 안착률이 60% 밑으로 내려오지 않으면서 300야드를 넘게 치는 선수는 2000년까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2001년 댈리가 306.7야드, 60.68%로 처음 `300-60 클럽` 시대를 열더니 이후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장타자들의 드라이버 로프트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이 높이 떠야 멀리 간다는 것을 제대로 깨우친 듯하다. 장타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로프트는 9.5도였다. 장타 1위(314.5야드) J B 홈스를 비롯해 10명이 9.5도 드라이버를 사용해 300야드 이상을 쳤다.
주말골퍼들이나 쓰는 드라이버 로프트로 통하는 `10.5도`짜리를 쓰는 선수도 8명이나 됐다. 이들 중에는 장타 2위 더스틴 존슨과 3위 토니 피노가 포함됐다. 가장 낮은 로프트는 8.5도였다. 한때 5~7도처럼 극단적으로 낮은 로프트의 드라이버를 쓰는 게 `장타자의 상징`처럼 됐지만 지금 그런 인식을 가진 선수는 없다.
장타자가 선호하는 드라이버 브랜드로는 테일러메이드가 압도적이었다. 절반이 넘는 15명이 테일러메이드 M1 또는 M2 드라이버를 사용했다.
[오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