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만 해도 김시우(21·CJ오쇼핑)의 세계랭킹은 272위였다. 하지만 김시우는 불과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178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최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주 연속 `톱10`에 오르면서 94계단이나 뛴 것이다.
김시우가 급부상하면서 올해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때 한국에 배정된 2장의 남자 골프 출전권을 놓고 벌이는 태극마크 경쟁도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 형국이다.
사실 작년 2부투어에서 뛰던 김시우, 강성훈, 이동환이 2015~2016 PGA투어 시드를 확보하면서 여자 골퍼 못지않게 남자 골퍼들의 태극마크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아무래도 PGA투어에서 뛰는 게 세계랭킹 포인트를 획득하는 데 다른 투어에 비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4대 메이저 대회나 월드골프챔피언십 시리즈를 제외했을 때 PGA투어 우승자가 받은 평균 랭킹 포인트는 49.5점으로 유럽투어 우승자(32.9점)보다 훨씬 높았다.
현재 세계랭킹으로 따지면 올림픽 출전권은 유럽투어에서 뛰는 안병훈(25·CJ그룹)과 일본투어의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차지하게 된다. 안병훈은 한국 선수 중 최고인 26위에 올라 있고 김경태가 62위로 두 번째다. 태극마크를 향한 두 선수의 의지 또한 무척 강하다. 특히 안병훈은 아버지인 안재형 올림픽 탁구 대표팀 코치와 동반 출전해 동반 메달을 따내겠다는 큰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는 김경태 역시 올해 상반기 모든 일정을 `올림픽 태극마크 따기`에 맞췄다. 출전 가능한 메이저 대회와 PGA 대회, 그리고 유럽투어에 출전하겠다는 것이다.
안병훈과 김경태 다음으로 랭킹이 높은 한국 선수는 JGTO에서 뛰는 황중곤(세계 159위)과 이경훈(160위)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안병훈과 김경태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김시우를 비롯해 노승열, 강성훈, 이동환 등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의 역전 가능성이 더 높다. 노승열은 지난주 세계랭킹을 206위에서 193위로 끌어올렸고, 강성훈과 이동환도 각 288위와 329위에 머물러 있지만 상반기 좋은 성적만 낸다면 포인트를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이번주 태극마크에 가장 근접한 4명이 올 시즌 처음으로 모두 대회에 나섰다. 안병훈과 김경태는 28일 싱가포르의 센토사GC 세라퐁코스(파71)에서 열린 싱가포르오픈 1라운드에 출전했고, 김시우와 노승열은 28일 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에서 시작된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에 참가했다.
싱가포르오픈 첫날 안병훈과 김경태는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안병훈은 4언더파 67타를 기록해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함께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올해 자신의 첫 대회에 나선 김경태는 스피스와 한 조로 플레이하는 게 부담이 됐던지 2오버파 73타로 부진했다.
안병훈과 김경태가 `굳히기`를 할지 김시우와 노승열이 `뒤집기`에 성공할지, 태극마크 주인공이 결정될 때까지 올 시즌 내내 흥미로운 대결이 될 전망이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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