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스카이72 오션코스(파72·727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 연장전이 펼쳐진18번홀(파5).
`생애 첫 우승`을 앞두고 `스페인 에이스` 카를로타 시간다(26)와 `2년 차` 앨리슨 리(21·미국)가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침착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며 버디를 잡아낸 시간다의 승리. 앨리슨 리는 티샷부터 러프를 전전하다 파에 그쳐 생애 첫 우승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날 시간다와 앨리슨 리의 경기는 `첫 우승`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줬다. 두 선수는 모두 이날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를 펼쳤다.
경기 초반 기선을 잡은 건 시간다였다. 단독 선두로 출발한 앨리슨 리에 5타 뒤진 채 출발한 시간다는 10번홀(파4)까지 버디만 6개를 잡아냈다. 반면 챔피언조의 앨리슨 리는 `첫 우승`의 부담감 때문인지 10번홀까지 오히려 4타를 잃었다. 순식간에 시간다는 5타 차 선두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후반홀에서는 전세가 완벽하게 역전됐다. 시간다는 14번홀에서 더블 보기를 범해 2타를 잃더니 16번홀에서 또 1타를 잃었다. 그리고 마지막 18번홀에서 3퍼팅으로 통한의 보기를 적어냈다. 합계 10언더파 278타로 경기를 마친 시간다는 앨리슨 리가 17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11언더파로 달아나면서 선두를 빼앗겼다.
앨리슨 리는 첫 우승까지 1개 홀만 남은 상황. 파만 잡아도 생애 첫 우승이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앨리슨 리의 세 번째 샷이 살짝 밀리며 물에 빠진 것. 앨리슨 리는 다 잡았던 우승을 놓치고 연장 승부로 끌려 들어가 결국 패하고 말았다.
2012년 LPGA 투어에 데뷔해 무려 92개 대회 만에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게 된 시간다는 시상식에서 민요 `쾌지나 칭칭 나네`가 나오자 춤을 추며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인터뷰에서 시간다는 "2년 전에 나를 골프 선수의 길로 인도한 코치가 세상을 떠났다. 골프도 안 되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이겨내게 해준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물론 우승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지만 박인비(28·KB금융그룹)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이어 2년 뒤엔 2014년 CME그룹 챔피언십에서는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게 연장 승부 끝에 패배를 당했고 또다시 2년이 지난 올해 6월 마이어 클래식에서는 연장전까지 간 끝에 김세영(23·미래에셋)에게 패배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마음을 비웠다. 한 샷 한 샷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을 바꿨다"고 돌아본 시간다는 철저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는 전략을 택했고 자신의 세 번째 연장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포효했다.
시간다는 "후반 몇 홀을 남겼을 때 공이 놓인 상황도 어려웠고 멘탈도 흔들렸다. 그러나 연장전에 갔을 땐 `여기까지만 온 것으로도 잘했다. 경기를 즐기자`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우승을 했다. 한국 팬들이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들은 모두 톱10 밖으로 밀려났다. `메이저 퀸`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KLPGA 7승` 박성현(23·넵스),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프슨(미국), 세계 랭킹 2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모두 합계 4언더파 284타를 적어내 공동 14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