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말 가족과 경포대로 여행을 갔는데 음식점에서 사투리를 구수하게 쓰시는 할머니 두 분이 금메달 딴 것을 봤다면서 축하해주셨다. 예전 같았으면 골프를 안 치는 분들은 잘 몰라봤을 텐데 `이런 게 올림픽의 힘이구나` 하고 느꼈다."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리우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환하게 웃으며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골프 인생에서 최대 도전이었던 리우올림픽에서 당당하게 금메달을 딴 박인비는 한국에 와서 눈코 뜰 새 없는 날을 보내고 있다. 방송 출연과 청와대 초청에 이어 가족과 여행도 다녀왔고 치료도 꾸준히 받고 있다.
"한국에 와서 뭔지 모르게 정말 바쁘게 보내고 있다"고 말을 시작한 박인비는 "금메달을 딴 뒤 가장 큰 변화는 어린 친구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분들이 알아봐 주신다는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박인비는 이날 왼손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감고 나왔다. 박인비는 "통증 없이 경기를 하려면 올림픽 전 3주 정도 깁스를 해야 한다는 말에 그냥 참고 경기를 치렀다"고 말한 뒤 "앞으로 3주간 깁스를 하고 3주간 재활 운동을 해야 한다. 남은 시즌 대회에 나가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을 더 잘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액땜과 길조가 모두 있었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숙소 엘리베이터에서 30분 정도 동료들과 함께 갇히기도 했다. 처음 겪는 일이었는데 두렵기보다는 `액땜`이라 생각하고 잘 넘어갔다"고 털어놨다. 이어 길조는 `연습라운드 홀인원`이다. 박인비는 "홀인원 기쁨보다 원하는 샷이 나왔고 좋은 결과가 돼 자신감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큰 대회에서 유독 무서운 집중력을 보이는 박인비. 그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주변이 잘 안 보이는 것은 골프에 적합한 것 같다"면서도 "너무 집중해서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고 느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매 대회 집중하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대회 수를 조절하며 메이저 대회 위주로 집중력을 발휘해 더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메이저 대회` 안에는 에비앙 챔피언십도 포함된다.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다면 `슈퍼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도 박인비는 "정신력은 50%, 샷은 35%, 창의력은 15% 정도"라고 말한 뒤 "정신력이 돼줘야 연습이나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지 알 수 있다. 테크닉이 안 되면 정신력도 떨어진다. 정신력과 테크닉은 맞먹을 정도로 모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리우올림픽에선 창의력 부분이 더 많이 필요했다"면서 "46도나 50도 웨지로 러닝어프로치를 하는 연습을 미리 해둔 것이 마음을 편하게 했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올림픽 금메달까지 따낸 박인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 목표`다. 박인비는 "결과로는 메이저 대회 승수를 쌓는 게 개인적으로 욕심이 난다. 또 올림픽을 경험해 보니 `올림픽 2연패`도 좋은 목표가 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훌륭한 사람`이다. 박인비는 "좋은 골퍼,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은퇴`에 대해 궁금해 한다. 박인비도 올림픽 이전 `2~3년 후에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한 박인비는 `만약 아이를 낳는다면 골프를 그만둔 뒤`라고 못 박았다. 100% 아이에게 몰입하고 싶어서다. 골프에서 보인 모습 그대로다.
"안니카 소렌스탐의 책을 봤는데 `어느 순간 연습장에 섰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그해 은퇴를 발표했다는 문장을 읽었다"고 말한 박인비는 "나 역시 `언제까지 하겠다`고 못 박지 않겠다. 내가 준비됐을 때 은퇴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