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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프에 잠긴 볼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화질 TV 카메라로도 하얀 부분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20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의 블라이드필드 골프장(파71·6414야드) 18번홀(파4)에서 펼쳐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이어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 연장 첫 번째 홀.
김세영(23·미래에셋)의 티샷이 왼쪽 러프로 들어갔다. 핀까지는 109m. 김세영은 스핀이 먹지 않고 공이 많이 구를 것으로 판단해 90m만 친다는 기분으로 샷을 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표현밖에 할 수 없는 `퍼펙트 샷`이 나왔다. 그린 앞에 떨어진 공은 한참이나 구른 끝에 핀 90㎝에 붙었다. 김세영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보기를 범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를 이기기 위해서는 파면 충분했지만 김세영은 시즌 2승을 자축하는 버디로 승부를 마감했다.
이날 김세영은 정규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보기를 범했다. 2라운드 14번홀 이후 40개 홀 연속 이어진 보기 없는 플레이를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김세영 스스로도 너무 기분 나쁜 보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앞선 17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은 김세영은 이날 3타를 줄여 최종 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하며 연장전에 합류했다.
사실 김세영은 보기만 해도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자신만 알 수 있는 우승 세리머니까지 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요원이 기다린다는 것을 알았고 그때야 시간다와 연장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하지만 앞서 두 번이나 연장 우승을 했던 김세영은 `연장 불패`의 기록을 이어 나가면서 시즌 2승째이자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
때마침 미국 `아버지의 날`에 부친 김정일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상에 오른 김세영은 "우승 트로피를 아빠에게 드릴 수 있어서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5승을 한 김세영과 반대로 시간다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5번째 기록해 대조를 보였다.
대회 최종일 항상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자주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던 김세영은 이날도 `빨간 바지`를 입고 마법을 펼쳐냈다. `역전의 여왕`이란 애칭답게 이날 우승도 역전승이었다.
전날 3라운드에서 선두에 1타 뒤진 단독 3위였던 김세영은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3개의 파5홀(5번, 8번, 11번)에서 버디를 잡았고 14번 홀(파3)에서는 약 5ｍ가 넘는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리더보드 맨 윗자리로 올라섰다.
김세영은 지난 5월 초 텍사스 슛아웃에서 신지은(24·한화)이 우승한 이후 약 1개월18일 동안 이어지던 `K골프 무승 행진`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선수들은 올해 17개 대회에서 6승을 합작해 총 5승을 거둔 한국계 선수들의 승수를 앞서게 됐다.
전날 공동 선두였던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5언더파 269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렉시 톰프슨(미국)과 함께 14언더파 270타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 13언더파 271타 단독 6위였고,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위민스 PGA챔피언십 챔피언 브룩 헨더슨(캐나다)은 6언더파 278타 공동 21위를 기록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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