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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한국과 한국계 선수들이 점령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쭈타누깐 경보`가 발령됐다. 태국 출신의 에리야 쭈타누깐이 지난주 지독한 `역전패 불운`을 떨치며 `태국 선수 최초 LPGA 투어 우승`을 이루더니 봉인이 해제된 듯 무서운 기세로 LPGA 투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쭈타누깐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 리버 코스(파71·637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최종일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쭈타누깐은 호주 동포 오수현을 1타 차로 밀어내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앞서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LPGA클래식 우승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쭈타누깐은 상금랭킹 3위,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부문 2위, 올해의 선수 랭킹 2위에 이름을 올려놨다. 세계랭킹도 13위로 상승할 전망이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앞서 열린 11개 대회에서 한국이 5승, 한국계가 5승, 그리고 미국이 1승을 거두며 사실상 `한국 vs 한국계` 구도로 흘러갔다. 하지만 지난주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쭈타누깐이 우승을 차지하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게다가 쭈타누깐은 지난주에는 양희영(25·PNS)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계` 오수현을 제압했다.
최근 쭈타누깐의 질주는 예상 밖이다. 워낙 `역전패`를 자주 당해 트라우마에 빠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
시작은 2013년 고국에서 열린 혼다 타일랜드 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종일 2타 차 선두로 18번홀에 돌입한 쭈타누깐은 충격적인 트리플 보기를 범해 박인비(28·KB금융그룹)에게 우승컵을 넘겨야 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퀄리파잉스쿨을 3위로 통과해 LPGA 투어 정식 멤버가 된 지난해에는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부터 연장전 끝에 김세영(23·미래에셋)에게 패했고, ISPS 한다 호주여자오픈에서는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4타를 잃고 리디아 고(19·뉴질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줬다. 그리고 올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에서도 쭈타누깐은 15번홀까지 2타 차로 앞섰지만 막판에 줄보기를 쏟아내며 리디아 고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이쯤 되면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무너질 법도 하다. 하지만 자신의 생애 첫 우승으로 지금까지 지긋지긋한 역전패에서 벗어난 쭈타누깐은 달라졌다. 그것도 너무 달라졌다.
3번 우드로도 260야드를 훌쩍 보내며 경쟁자들을 압도했고 그린 주변 숏게임도 좋아졌다. 1타 앞서던 18번홀에서 쭈타누깐은 그린 주변 러프에서 홀 1.5m에 붙인 뒤 침착하게 파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대회에서는 단 한 차례도 3퍼트를 하지 않았다.
수상 소감만 봐도 이제는 여유가 넘친다. "첫 번째 우승보다 더 편했다. 경쟁자들의 추격에 압박감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또 "1승을 한 뒤 우승을 또 기대하긴 했지만 그것이 연속 우승이 될 줄은 몰랐다"고도 했다.
쭈타누깐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의 강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올림픽을 3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상승세를 타는 데다 경기가 열릴 올림픽 파크 골프장은 파4홀 5개가 400야드가 넘고 대신 파5홀은 짧아서 버디를 쉽게 잡을 수 있는 등 장타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이날 4타를 줄이며 추격했지만 합계 12언더파 272타로 저리나 필러(미국)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고, 허미정은 이날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 64타를 치며 합계 10언더파 274타 공동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날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전인지(22·하이트진로)와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은 나란히 1타씩 잃고 합계 8언더파 276타로 공동 10위로 순위가 밀렸다.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합계 6언더파 278타로 공동 18위에 머물렀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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