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남자골프 중 가장 저평가되고 있는 나라는 아마 한국일 것이다. 대회 숫자나 상금 규모에서 여자골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여자골프 인기가 워낙 높은 원인도 있지만 한국 골프팬 스스로 국내 남자 골프의 위상을 깎아 내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해외에서는 한국 남자골프 위상을 꽤 높이 본다.
부활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한국 남자골퍼들이 올해 잇달아 해외에서 우승 소식을 전하고 있다. 외국 무대에서 먼저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초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싱가포르오픈에서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이 당시 세계 1위였던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는 파란을 연출하며 우승했고, 작년 JGTO 상금왕 김경태(31·신한금융그룹)는 이달 중순 도켄 홈메이트컵에서 자신의 일본 무대 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K골프 승전보가 이번에는 더 큰 무대에서 전해졌다. 작년 한국프로골프(KPGA) 신인왕 이수민(23·CJ오쇼핑)이 유럽프로골프 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턱하니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25일 중국 선전 건존골프장(파72)에서 열린 대회에서 이수민은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의 성적으로 정상에 올랐다. 전날 악천후 탓에 13번홀까지만 경기를 마친 이수민은 이날 오전 재개된 4라운드에서 폭풍샷을 날리며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 상금만 41만2353유로(약 5억3000만원)다.
한국 선수가 유럽 투어 대회를 제패한 것은 지난해 5월 안병훈(25·CJ)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수민은 이번 대회 첫날부터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다. 이수민은 유럽 투어에서 우승한 7번째 한국 선수가 됐다. 최경주, 위창수, 양용은, 노승열, 정연진, 안병훈이 유럽에서 우승한 선수들이다. 이들 중 양용은은 3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8위 버바 왓슨(미국) 등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현재 세계랭킹 128위인 이수민은 75위 안쪽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맹활약하는 남자골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무대가 한국에 마련된다. 5월 5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성남 남서울골프장에서 열리는 제3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이다.
경제의 부침에도 3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회를 치르면서 남자골프의 기둥이 되고 있는 `한국의 마스터스` GS칼텍스 매경오픈은 출전 선수 면면에서 남자골프 부활을 이끌 무대로 기대된다. 일단 올해 가장 뜨거운 김경태, 송영한, 이수민이 이번 대회에 출전해 우승컵에 도전한다. 김경태, 송영한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활약하는 김형성, 류현우, 왕정훈, 박준원, 황중곤 등 톱스타들도 대부분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4일 끝난 남자골프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은 남자골프 부활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 한 명 없이도 무척 흥미롭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했다. 작년 상금 순위 2위에 올랐던 최진호는 시즌 첫 승을 거두면서 올해도 최강자 자리를 예약했고 김대섭, 김대현, 홍순상, 김태훈, 이태희 등 스타급 선수들이 맹활약하면서 재미를 더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 주최 측도 남자골프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통 큰 결정`을 했다. 매일경제신문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독자 사은행사의 일환으로 무료 쿠폰을 발행하기로 했다. 무료 쿠폰은 대회가 열리는 다음주 본지에 실릴 예정이다. 또 자동차, TV, 미니 냉장고, 미니 세탁기 등 푸짐한 경품을 나흘 내내 추첨을 통해 갤러리에게 나눠준다. 자동차는 지난해보다 급을 높여 쉐보레 아베오를 마련했고, 핑 아이언 세트 등 최고의 골프용품도 준비했다. 골프팬은 싱그러운 5월의 하늘 아래서 화끈하고 통쾌한 남자골프의 묘미만 만끽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