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백규정(20·CJ오쇼핑) 순위를 확인하려는 골프팬들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영어 이름이다. 백규정은 최근 LPGA 투어에 본인 이름을 영문인 ‘KYU JUNG BAEK’이 아닌 ‘Q BAEK’으로 등록했다. 사실 ‘Q BAEK’으로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원래 이름인 ‘규정 백’으로 쓰기에는 자기 이름을 팬들이 발음하기 너무 어려웠기 때문.
이름 자체가 곧 본인 브랜드인 골프선수에게 어떻게 불리느냐는 중요한 문제다. 백규정 매니지먼트사인 IB월드와이드 이수정 국장은 “사실 백규정 선수가 먼저 ‘Q 백’이라는 이름을 쓰는 것을 제안했다”고 말한 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백규정 선수를 향후 ‘글로벌 브랜드’화하는 데 총력을 다해 보자는 시도에서 선수 등록을 ‘Q 백’으로 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LPGA 투어에 한국 선수들이 워낙 많다 보니 선수들 이름을 외우는 것은 외국 골프팬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KIM이나 LEE를 쓰는 선수가 많고 리더보드에는 이름 약자와 성을 쓰다 보니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은 약자로 된 이름들이 넘쳐나기 때문. 백규정이 선택한 Q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에도 단순하다. 또 자기 이름에서 벗어나지 않고 영화에서 ‘Q 사인’처럼 LPGA 시작을 알리는 의미와 함께 여자골프계 ‘Queen’이 되고자 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백규정에 앞서 외국 사람들이 부르기 어려운 한국 이름 대신 친근한 약자를 쓴 사례는 많다. 우선 최나연(28·SK텔레콤)은 ‘NYC’로 불린다. ‘나연 최’ 이니셜이다. 이는 ‘뉴욕시티’와도 똑같아 최나연이 플레이를 할 때 친근하게 ‘NY CHOI’라고 부르는 팬들도 많아졌다. 최경주도 마찬가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팬들은 최경주를 ‘경주 최’가 아닌‘K.J. CHOI(케이 제이 초이)’라고 부른다. 최경주는 PGA 투어 이름인 KJ CHOI를 브랜드로 만들어 의류를 판매하고 본인 재단 이름도 영문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양용은도 마찬가지다. 외국 팬들은 양용은을 볼 때면 “Y.E. YANG(와이 이 앵)’이라고 친근하게 부른다.
한국 선수들 중 가장 먼저 ‘특별한 이름’으로 바꿔 사용한 선수는 2005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주연(34)이다. 사실 김주연은 LPGA 무대에 뛰어들 당시 ‘주 김(Ju KIM)’으로 등록했다. 하지만 2003년부터 데이비드 레드베터 제안을 받아들여 ‘Buddy KIM’이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이름 덕분인지 김주연은 최고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꿈을 이뤄냈다.
이름 속에 은근 ‘고집’을 새겨넣은 선수도 있다.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다. 원래 ‘박’은 ‘PARK’으로 쓰지만 박세리는 ‘PAK’을 고집한다. 한국인인 만큼 속칭 ‘빠다’ 발음이 섞인 영문 ‘R’를 버렸다는 후문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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