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샷이 톱볼이 나서 실망했는데 20m짜리 퍼팅이 들어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어요."
23개월 만에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기분 좋은 우승을 차지한 유소연(25·하나금융그룹)이 환하게 웃으며 기적이 일어났던 12번홀(파4) 버디 순간을 돌아봤다.
30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CC(파72·6667야드)에서 열린 KLGP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최종일 4라운드에서 유소연은 버디 5개를 잡고 보기는 3개로 막아내며 2언더파 70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가 된 유소연은 이날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장하나(23)를 두 타 차로 따돌리고 2009년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우승이자 KLPGA투어 개인 통산 9번째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챙긴 유소연은 2012년 9월 한화금융클래식 이후 3년여 만에 KLPGA투어에서 우승하는 기쁨도 만끽했다.
유소연은 "오래간만에 나온 한국 시합에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커 긴장이 많이 됐다"며 "마지막 날 언더파로 마무리하고 우승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유소연과 장하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을 펼쳤다. 시작은 유소연이 좋았다. 1번홀(파4)에서 유소연이 버디를 잡아낸 반면 장하나는 티샷이 러프에 빠지며 더블보기를 적어낸 것. 첫 홀부터 3타 차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장하나가 꾸준하게 버디를 잡아내며 10번홀(파4)에서 둘은 동률을 이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둘의 승부는 12번홀(파4)에서 급격히 유소연 쪽으로 기울어졌다. 유소연의 8번 아이언 세컨샷이 핀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 멈춰선 것. 핀 위치는 2단 그린 바로 위쪽이라 자칫하면 3퍼팅도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유소연이 친 버디 퍼팅은 언덕을 넘어 홀쪽으로 흐르더니 이내 사라졌다.
기적 같은 버디로 유소연이 1타 차 선두로 달아난 반면 장하나는 이후 12번홀(파4)과 14번홀(파3)에서 잇따라 보기를 범하며 자멸했다. 유소연은 17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이미 3타 차로 벌어져 있던 상황이어서 우승에는 지장이 없었다.
올 시즌 LPGA투어에서 우승이 없던 유소연은 2013년 9월 KDB대우증권 클래식 이후 23개월 만에 출전한 KLPGA투어 대회에서 기분 좋은 `우승의 기운`을 받고 이제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번 우승의 행운이 에비앙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낸 유소연은 "최근 우승에 가까운 성적을 내고 있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년으로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대한 바람도 드러냈다. 유소연은 "어릴 때부터 올림픽에 나가는 것이 꿈이었다"며 "잘 쳐서 국가대표로 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에비앙챔피언십 출전을 앞둔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이날 1타를 줄여 합계 3언더파 285타로 첫째날 6오버파를 친 부진을 이겨내고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루키` 박지영(19·하이원리조트)은 이날 데일리 베스트인 4언더파 68타를 기록하며 합계 4언더파 284로 공동 4위에 올라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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