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미디어데이 때 고진영이 "다 해먹겠다"고 했던 솔직 또는 대담한 목표가 내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정작 고진영은 그러지 못하고 있지만 정말 `다 해먹고 있는` 이들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뛰는 한국 여자골퍼들이다.
이미 18개 대회에서 시즌 최다승 타이 기록(11승·교포 제외)을 세운 `K골프` 기세는 아무도 말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제 남은 대회는 14개. 앞으로 한국 여자골퍼가 우승할 때마다 새로운 LPGA 역사가 쓰이게 된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대단한 기록이 많다.
한국 여자골퍼는 역대 최다승을 넘어 승률 50%에 도전하고 있다. 올해 LPGA 투어는 총 33개 대회가 열린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는 미국과 유럽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을 빼면 총 32개. 승률 50%를 넘기려면 최소 16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된다. 현재 11승을 거두고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은 앞으로 5승만 더하면 전체 대회 중 절반을 우승하게 된다.
앞으로 남은 대회 중에는 국내에서 열리는 하나·외환 챔피언십까지 있어 `승률 50%` 도전은 성공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시즌 최고 상금 경신도 시간문제다. 교포 선수를 빼고 역대 토종 K골퍼들이 번 시즌 상금 최고액은 2008년 1507만여 달러다. 상금 랭킹 5위 안에는 한 명도 들지 못했지만 100만달러 이상 번 선수가 4명에 이르는 등 고른 활약을 펼친 덕에 유일하게 1500만달러를 돌파했다. 박인비와 유소연이 상금 2위와 5위를 차지한 작년에도 K골퍼가 거둔 시즌 총상금은 1383만여 달러에 불과했다. LPGA 정회원뿐 아니라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비회원 김효주 등의 상금도 합한 금액이다.
하지만 올해 시즌 최고 상금 경신은 무난해 보인다. 현재 한국 여자골퍼들이 번 총상금은 시즌 중반을 겨우 지났는데도 이미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정회원들이 973만여 달러를 벌었고, 여기에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비회원` 전인지의 상금 81만달러만 합해도 1054만달러에 이른다. 교포들이 벌어들인 상금도 348만달러나 된다.
`5대 타이틀 싹쓸이`도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LPGA에서 트로피를 수여하는 타이틀은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 타수상, 신인상 등 4개다. 통상적으로 여기에 비공식 타이틀인 다승왕까지 포함해 `5대 타이틀`이라고 한다. 한국 선수가 합작한 한 시즌 최다 타이틀은 3개다. 2009년 신지애가 상금왕, 다승왕, 신인상을 휩쓸었고 2012년에는 박인비가 상금왕과 최저 타수상을 수상하고 유소연이 신인상을 가져갔다. 2013년 박인비는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올해는 5개 타이틀 싹쓸이가 점쳐진다. 현재 1위를 달리는 선수가 모두 K골퍼들이다. 일단 상금 순위에서는 박인비가 172만3745달러로 2위 스테이시 루이스(120만432달러)를 압도하고 있다. 올해의 선수상 부문도 박인비가 175점을 얻어 2위 리디아 고(116점)를 크게 앞서 있다. 평균 타수는 2위 루이스(69.600타)가 바짝 추격하고 있지만 1위는 69.377타인 박인비다. 올해의 신인상은 이미 떼어놓은 당상이다. 김세영(1위·976점)과 김효주(2위·859점)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이민지(3위·641점), 장하나(4위·546점), 앨리슨 리(5위·392점)가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다승왕 부문에서도 박인비가 3승으로 앞서 있고 김세영, 최나연, 리디아 고가 2승씩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박인비는 세계 랭킹에서도 12.36점으로 2위 리디아 고(10.39점)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국 여자골퍼들이 `다 해먹고 있는` LPGA 무대에서 여전히 가장 식성이 좋은 주인공은 박인비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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