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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홀(파4)에서 기적 같은 15m짜리 버디 퍼팅을 넣은 조던 스피스(22·미국)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두 홀이 남은 상황에서 순위는 공동 선두. 그의 눈에는 1953년 벤 호건 이후 62년 만에 한 해 메이저대회 3연승을 달성하는 대기록이 어른거렸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악명 높은 `로드홀`(지옥으로 가는 길·17번홀 애칭)은 끝내 그의 기대를 저버렸다. 2.4m짜리 파 퍼팅을 놓치고 공동 선두 자리에서 물러난 스피스는 마지막 홀에서도 플레이오프로 갈 수 있는 버디 기회를 잡지 못했다.
강풍과 폭우 탓에 개막 후 닷새 만에 막을 내린 144회 디오픈 우승컵 클라레저그는 자칭 `평범한 놈(normal guy)` 잭 존슨(미국) 품에 안겼다.
2007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후 "나는 오하이오주 출신의 평범한 남자일 뿐"이라고 했던 존슨은 클라레저그를 품고도 `그린재킷을 지닌`이란 문구 하나만을 더 넣고 "역시 평범한 놈"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21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골프장 올드코스(파72·7297야드)에서 끝난 대회 최종일은 한마디로 `난타전`이었다. 이날 종일 내린 가랑비처럼 흐릿했던 클라레저그 주인 향방은 마지막 홀이 끝나서야 세 명으로 압축됐다.
이날 버디 8개와 보기 2개로 6언더파 66타를 친 존슨은 합계 15언더파 273타로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마크 레시먼(호주)과 함께 연장전에 돌입했다.
1·2·17·18번홀(이상 파4)에서 열린 `4개 홀 연장전`에서 존슨은 버디 2개와 보기 1개로 1언더파를 기록해 이븐파의 우스트히즌, 2오버파의 레시먼을 제치고 클라레저그 주인이 됐다. 2007년 마스터스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이다. 우승 상금은 115만파운드(약 20억6000만원).
자신의 12번째 우승컵으로 세계랭킹 12위까지 오른 존슨은 필 미켈슨 못지않게 가족을 중시하는 골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같은 아파트 단지 이웃이던 아내 킴과 결혼해 자녀 3명을 두고 있는 존슨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우승이 내 경력을 규정하지 않는다. 프로 선수이자 골퍼로서 우승을 즐기겠지만, 내 유산은 이 우승이 아니라 내 아이들과 가족들"이라고 말했다.
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석권한 스피스는 14언더파 274타로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합류하지 못했다. 스피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으로 눈을 돌렸다. 3라운드에서 공동 선두에 올라 화제를 모았던 아마추어 폴 던(아일랜드)은 이날 6타를 잃는 난조 속에서 합계 6언더파 282타로 공동 30위까지 순위가 내려갔다.
톰 왓슨과 닉 팔도가 고별전을 치른 이번 대회에서는 또 한 명의 `전설`이 팬들과 작별했다.
1번홀에서 독특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소개하던 아이버 롭슨(69·영국)이다. 1975년 처음 마이크를 잡은 롭슨은 이번 대회까지 41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선수 소개를 해왔다. `온 더 티(On the tee)`로 시작하는 그의 목소리는 건장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게 약간 톤이 높고 억양도 특이해 팬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다. 롭슨이 그동안 소개한 선수는 모두 1만8995명이었고, 그가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은 챔피언 조 아마추어 폴 던이었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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