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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 교정 때문에 딱히 훈련을 하지 못하고 캄캄한 방에서 몇 주간 홀로 지내던 김효주(20·롯데)는 아버지 김창호 씨에게서 한 가지 과제를 받았다.
이름하여 `반클럽 프로젝트`였다. 그린을 공략할 때 자주 5m 부족한 것을 간파한 아버지가 스승 한연희 감독과 상의한 끝에 아예 거리를 반 클럽 늘리는 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반 클럽을 맞추기 위해 굳이 컨트롤 샷을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
승부 근성이 남다른 김효주는 불평 한번 하지 않고 따랐다. 입에 단내가 나는 체력 훈련을 모두 소화했다. 어느새 배에 복근이 생겼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자연스럽게 거리가 늘어나더니 아이언은 반 클럽, 우드는 좀 더 늘어났다. 김효주는 "스윙하기가 아주 편해졌다"며 2015년 시즌을 손꼽아 기다렸다.
자신감을 끌어올린 김효주는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관심이 쏟아졌지만 결과는 공동 28위로 실망스러웠다.
두 번째 대회였던 HSBC챔피언스에서는 공동 8위로 조금 나아졌다. 하지만 4라운드 중 3개 라운드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하는 등 경기 감각은 여전히 떨어져 있었다. 퍼팅 감각도 들쭉날쭉했다. 하지만 김효주는 "성적보다는 아이언샷과 퍼팅 감각을 빨리 찾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부담 없이 재미 있게 플레이하려 한다"며 조급해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세 번째 대회에서 `LPGA 투어 효주 시대` 개막 축포를 쏘아 올렸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와일드 파이어 골프클럽(파72·6583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최종라운드에서 김효주는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기록해 최종 합계 21언더파 267타로 전 세계 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이날 드라이버샷 거리도 장타자 루이스에 조금도 밀리지 않았고 아이언샷도 루이스가 핀에 붙이면 더 가깝게 붙이며 압박했다. 12번 홀(파4)에서 10ｍ 가까운 긴 거리 버디 퍼트는 루이스 기를 꺾기에 충분했다. 이날 김효주는 10번 홀에서 티샷한 볼이 벌집 근처에 있어 레이업을 하며 보기를 한 것 말고는 큰 위기도 없었고 단 한 번도 리드를 빼앗기지 않았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22만5000달러(약 2억5000만원)를 손에 쥐어 시즌 상금을 25만6372달러로 늘리며 상금랭킹 7위로 뛰어올랐고 세계 랭킹도 종전 8위에서 4계단 끌어올려 4위에 자리했다.
김효주 시즌 첫 우승을 두고 `효주 시대가 개막했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많다.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골프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김효주는 어떤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만의 골프에 집중하는 강인한 멘탈과 월등한 `적응력`을 갖추고 있다. 보통 `루키`들은 생소한 잔디에 고생을 하지만 김효주는 전혀 잔디 종류나 상태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력 교정술 때문에 6개월 이상 고생할 것이라는 염려가 있었지만 이 또한 뛰어넘어 단 3개월 만에 적응을 마쳤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에도 매서운 몰아치기를 앞세워 리더보드 상단을 점령했다. 이일희(27·볼빅)와 이미향(22·볼빅)이 각각 6타, 4타를 줄여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바하마 퀸` 김세영(22·미래에셋)은 7타를 줄여 리디아 고(18·뉴질랜드), `개막전 여왕` 최나연(28·SK텔레콤)과 함께 공동 6위(15언더파 273타)에 이름을 올렸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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