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2000년대 이룬 엄청난 기록은 첨단 골프볼 덕분이라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선수들은 대부분 고무실을 감아서 만든 ‘운드 볼’을 사용했는데 우즈는 우레탄 커버로 만들어진 ‘솔리드 볼’을 가장 빨리 사용해 덕을 봤다는 것이다.
무게 45.93g에 지름 42.67㎜에 불과한 골프볼은 ‘우즈 성적 논란’을 일으킬 만큼 경기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골프볼과 관련된 특허도 1500개가 넘을 정도다.
2015년 골프볼 시장에서는 ‘딤플’ 경쟁이 불붙고 있다.
골프볼은 애초에는 매끈했지만 ‘상처 난 공이 더 멀리 날아간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후부터 본격적인 딤플 개발이 시작됐다. 원리는 공기 역학에 있다. 매끈한 골프볼은 저항을 정면으로 받아 비거리가 짧았다. 하지만 딤플은 아래쪽 공기 속도는 느려지게 하고 위쪽 공기 속도는 빨라지게 해 볼을 떠오르게 하는 양력을 만들어 낸다. 볼이 공중에 오래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비거리도 늘어난 것이다.
미즈노는 올 시즌 ‘JPX DE’ 골프볼을 선보였다. 특이하게 골프볼 표면에 작은 홈들이 나 있다. 핵심 기술인 ‘이중 딤플’이다. 일반적인 원형 딤플을 먼저 배치한 뒤 지름 1.3㎜에 불과한 작은 ‘쁘띠 딤플’을 원형 딤플 사이에 새겨 넣었다.
사실 이 작은 딤플은 볼 속도가 빠른 초기에는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때는 일반 원형 딤플이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볼 비행의 후반 속도가 낮아지는 시점부터 작은 딤플이 볼의 비행시간을 늘려 추가적으로 비거리가 나도록 했다.
비슷한 기술이 브리지스톤의 B330시리즈의 ‘듀얼 딤플’이다. B330골프볼은 딤플 속에 작은 딤플을 새겨 넣어 공기의 저항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볼이 완만하게 떨어지게 유도해 비거리를 증가시켜준다. 이와 함께 브리지스톤은 지난해 선보였던 ‘e시리즈’ 골프볼의 딤플을 이중 딤플에서 올해 ‘웹 딤플’로 바꿨다. 110개의 듀얼 딤플을 배치하고 사이를 직선으로 연결해 216개의 웹딤플을 만든 것. 10%가량 표면 커버율이 높아졌고 초기에 더욱 강한 탄도를 낼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듀얼 딤플이 낙하 시 부력을 높여줘 비거리 상승을 한 번 더 돕는다.
올해 ‘크롬 소프트볼’을 선보인 캘러웨이는 가장 특이한 딤플 모양을 갖추고 있다. 원형이 아니라 육각형이다. 기존 원형딤플의 한계인 딤플 사이의 자투리 공간마저 없애 딤플이 볼 표면을 100% 커버하기 때문에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켜 체공 시간이 늘고 비거리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던롭 젝시오의 엑스디-에어로(XD-AERO)도 파격적인 딤플 구조로 비거리를 늘려준다. ‘딤플은 다 같은 모양’이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파괴하고 크기는 동일하되 딤플 각각 모양은 조금씩 차이가 있는 ‘멀티 폼 디자인’을 채용했다. 기존 모델 대비 딤플 점유율은 10% 이상 향상됐고 공기저항은 2% 줄었다. 2015년형 ‘New 스릭슨 Z-STAR 시리즈’는 새로운 딤플 구조인 ‘강탄도 324 스피드 딤플’을 적용했다. 기존 제품의 높은 딤플 점유율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딤플 사이즈의 균일도를 높여 볼이 받는 공기저항을 더욱 줄이고 맞바람에도 스핀이 잘 풀리지 않게 한 것이 특징이다.
2015년 타이틀리스트 Pro V1과 Pro V1x는 딤플 커버리지와 딤플 배치에 공을 들였다. 대칭축을 기준으로 좌우가 동일한 형태로 딤플이 일관되게 배치되어야만 일관성이 있는 볼 비행이 가능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일관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 이를 위해 4면체를 기준으로 한 ‘24면체 딤플디자인’ 기술을 채택해 일관된 볼 비행을 이끌어낼 수 있게 했다. 또한 볼 커버의 접합 방식도 2007년부터 딤플 패턴이 맞물리게 ‘물결무늬 접합선’을 적용했다. Pro V1과 Pro V1x가 서로 다른 딤플 숫자를 갖고 있다는 점도 딤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단면이다. 높은 스핀양과 낮은 탄도로 날아가게 하는 Pro V1은 352개의 딤플을 새겨 넣었고 낮은 스핀양과 높은 탄도를 내게 하는 V1x는 328개 딤플을 적용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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