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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뿐만 아니라 제 골프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대회였어요. 우승을 다툴 때 긴장감과는 너무 달라서 스스로도 너무 생소했죠. 최종 라운드에서 후반 홀에는 너무 긴장돼서 평정심을 잃었을 정도예요."
24일 부산 김해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막판 어느 때보다 긴장했던 속내를 털어놨다.
박인비는 지난 23일 막을 내린 LPGA투어 최종전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확정 지으며 LPGA투어 명예의 전당에 입성 가능한 마지막 `1점`을 획득했다. 박세리 이후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명예의 전당 입성 확정. 이제 내년 시즌이 끝나면 박인비의 이름은 명예의 전당에 올라간다.
"올 시즌 메이저 2승과 위민스 PGA챔피언십 3연패,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는데 가장 큰 업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고 되돌아본 박인비는 "최종전 마지막 홀까지 알 수 없는 치열한 승부를 했는데 (명예의 전당) 목표를 이뤄서 100만달러 보너스나 올해의 선수를 놓친 것은 크게 아쉽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캐묻자 이내 아쉬움 가득한 속내를 털어놨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단 2타가 부족해 올해의 선수를 놓쳤다. 스포츠에서 `만약`이라는 가정만큼 바보 같은 것은 없지만 박인비도 "최종 라운드에서 12번홀과 17번홀에서 짧은 퍼팅을 놓친 것이 아쉽다"고 말한 것처럼 부족했던 `2타`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숨길 수는 없었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최종일에 느꼈던 감정에 대해서 "생소한 긴장감"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 타 한 타를 줄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다른 선수의 스코어를 보며 경기를 치른 것은 처음이었다. 다른 선수는 바로 리디아 고였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LPGA나 미디어, 심지어 응원을 하는 어머니도 `리디아 고보다 1타 이상 뒤지면 안 된다`고 얘기하니 모를 수 없었다.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웃음을 지어 보인 뒤 "리디아가 3라운드까지 무너지지 않아서 마지막 날 `내가 한 타라도 잘 쳐야지 된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회는 올 시즌 치른 것 중에 가장 긴장하고 집중한 대회였다. 그리고 가장 떨렸고 생소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 속에 플레이를 했다"고 말한 박인비는 "최종 라운드 후반에는 이것이 역사적인 순간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했고 갑자기 긴장되면서 정말 예민해지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인비는 "한때 세계 1위에 올랐던 청야니도 갑자기 슬럼프에 빠져 명예의 전당 포인트가 2점 남았는데 그걸 몇 년간 채우지 못했다"며 "나도 단 1점 때문에 시즌을 찜찜하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다. 또 이번에 1점 획득에 실패하면 2달간의 방학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LPGA투어 9년차 박인비는 아쉬움과 후련함이 교차한 가운데 2015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박인비는 자신의 골프 인생은 전반 9홀은 지나갔고 후반 홀 중반쯤이라고 했다. 어린 나이에 1번홀에서 이글을 잡아냈지만 이후 보기, 더블보기를 범하는 것 같은 부진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연속 버디 행진`을 펼치듯 승승장구하고 있다.
박인비는 내년도 이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벼르고 있다. 올 시즌 8월 열리는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위해 모든 계획을 짰던 것처럼 내년에는 올림픽을 목표로 스케줄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빠르게 시즌을 시작해 올림픽 때 컨디션의 정점을 찍겠다는 것.
박인비는 오는 27일부터 사흘간 부산 베이사이드 골프장에서 열리는 ING생명 챔피언스 트로피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박인비는 "LPGA 대 KLPGA 팀 대항전이라는 경기 방식이 처음이다보니 생소하지만 한국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이미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LPGA 선수들과 작전을 짜고 있다"며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산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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