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정확, 명쾌한 스윙으로 인기 많은 2014 KLPGA ‘신인왕’ 백규정(19·CJ오쇼핑) 말솜씨는 골프 스타일 못지않게 거침이 없다. 독창적인 골프를 하는 김효주(19·롯데) 입담은 재기발랄하다. 통통 튈 뿐 아니라 가끔 엉뚱할 때도 있다. 신중한 골프를 하는 전인지(20·하이트진로)는 차분하고 다소곳하다.
2015년 시즌 개막전으로 치러진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으로 2014년 모든 골프대회 일정이 끝났다. 어느 해보다 치열한 승부를 펼친 국내 톱골퍼들은 인터뷰를 하면서도 흥미로운 ‘입담 대결’을 펼쳤다. 공통적인 것 하나는 그들 말솜씨가 골프 스타일을 꼭 닮았다는 사실이다.
데뷔하자마자 3승에다 LPGA 투어에까지 진출한 백규정은 ‘전광석화’ 같은 스윙과 닮은 입담을 과시했다. 하나외환 챔피언십 우승 후 그는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저 원래, 어려서부터 꼴통이란 소리 많이 들었어요. 거짓말 진짜 못해요. 그래도 제가 의리 하나만큼은 경상도 출신답죠. 의리녀라고 불러 주세요.”
스윙만큼 시원시원한 발언이다. 목표도 확실하고 다부지다.
“목표요? 꿈은 항상 크게 가지라고 했잖아요. 목표는 항상 1등이에요. 여자 타이거 우즈가 되는 거죠.”
반대로 ‘국민 여동생’ 같은 전인지는 말에도 겸손이 배어 있다. 남에 대해 물으면 항상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하다. 목표를 묻는 질문에 “골프 선수로서 목표에 대해 어디서도 밝힌 적이 없고 나중에 목표를 이루게 되면 이야기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답한다. 왠지 근성이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함부로 말을 내뱉지 않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올해 7승을 거둔 ‘대세’ 김효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언젠가 “스윙이 훌륭하다”고 했더니 “제 스윙 따라하다가 허리 다친 사람이 있다”며 “조심하라”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또 한 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는 사회를 맡은 개그맨 남희석 씨가 “골프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보통 연습이 최고라고 말하는데, 아저씨(남희석)는 다시 태어나야 할 것 같다”고 말해 한바탕 웃기기도 했다.
장하나(22·BC카드)는 인터뷰에서도 속에 담아둔 얘기를 시원하게 털어놓는 스타일이다. 지난 8월 채리티 하이원리조트오픈에서 8개월 만에 우승을 하고는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동이라고 생각한다. 2~3승을 더 하고 싶다”며 욕심을 결코 숨기는 법이 없다.
올해 가장 주말골퍼들에게 와닿는 말은 자칭 ‘게으른 천재’라는 허인회(27·JDX멀티스포츠)에게서 나왔을 것이다. 그는 헤럴드·KYJ 투어챔피언십에서 “골프만큼은 겸손하게 쳐야겠다. 골프를 상대로 이기려다 정말 혼났다”는 말을 남겼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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