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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용은(42)의 카카오톡 창에는 ‘연습이 최고의 스승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나는 다시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카드는 잃었지만 ‘호랑이(타이거 우즈)를 잡은 양(용은)’은 아직 죽지 않았고 조만간 다시 일어나겠다는 그의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새로운 출발의 첫 목표로 잡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퀄리파잉 토너먼트(Q스쿨)를 무난히 통과한 양용은에게 절치부심 각오를 들어봤다.
11일 JGTO Q스쿨 통과자 오리엔테이션을 받는 그에게 점심시간을 틈타 전화 통화를 했다.
“옛날에도 일본에서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방법을 찾을 것입니다. 일본을 통해 미국으로 가는 그 길을 다시 시작하는 거죠. 어차피 나중에 미국에서 시니어투어를 뛸 계획이니까 그러려면 다시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조심스러웠지만 무척 단호했다. 남들은 Q스쿨을 두고 ‘지옥의 레이스’라며 엄살을 떨지만 잡초처럼 골프를 배운 양용은은 조금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붙으면 붙는 거고 떨어지면 그냥 아무것도 아닌 거죠.” 바로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을 때 다잡았던 바로 그 마음을 Q스쿨을 치르면서도 가졌던 것이다.
사실 양용은은 Q스쿨을 ‘밥 먹듯이’ 치렀다. 이번까지 참가한 Q스쿨만 모두 아홉 번이다. 일본에서 치른 게 모두 다섯 번이고, 미국 세 번, 그리고 한국에서도 한 번 테스트를 봤다. 떨어진 것은 미국 두 번, 일본 한 번 등 총 세 차례다.
처음에는 양용은도 무척 긴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은 수능이 아니라 모의고사 치르는 기분이었단다. 특히 3라운드 63타를 칠 때는 짜릿했다고 한다.
“2개 코스에서 번갈아 치렀는데 3라운드 때는 전반 버디, 이글로 시작하더니 후반에도 버디, 이글이 잇따라 나오더라고요. 그중 하나는 파4홀 120야드짜리 샷이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마음이 편하니 운도 따라온 것 같아요.”
양용은은 2015년이 “프로로 데뷔한 이래 가장 바쁜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일본 대회를 중심으로 미국은 풀시드가 없으니까 자주 나가지 못하지만 드문드문 참석할 것이고 유럽과 중국, 그리고 한국에서도 전반과 후반 각 한 경기씩 뛸 예정이다.
여러 투어를 섭렵하기 위해 양용은은 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계획이다. 이미 서울에 집도 마련해 뒀다. 양용은은 2009년 우즈를 꺾을 때보다 체중이 7㎏ 정도 빠졌다. 2012년 말부터 체중 감량을 시작한 결과다. 10년 가까이 90㎏ 정도였지만 지금은 운동과 음식 조절로 82~84㎏을 유지한다. 예전 모습과 비교하면 날씬해 보일 정도다.
“나이는 속일 수 없잖아요. 전에는 아무리 먼 곳을 가더라도 시차 적응이 필요 없었는데, 요즘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몸을 다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지금은 몸이 가벼워 날아갈 것 같아요.”
코오롱 한국오픈 때 캐디를 맡았던 절친 박경구 씨는 “퍼팅은 여전히 내가 대신해주고 싶을 정도로 약하지만, 샷은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친구에 대한 기대를 드러낸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일본을 전진기지로 삼은 ‘바람의 아들’ 양용은의 제2 도전이 시작됐다. 어느새 세계랭킹 633위까지 떨어진 양용은과 재기에 몸부림치는 옛 황제 우즈 중 누가 먼저 부활할지 지켜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울 것 같다.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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