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얼떨떨하게 꿈이 이뤄지니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요. 늘 가고 싶던 미국이지만 올해 학교에 입학하고 한국투어도 뛰면서 너무 즐거워 내년쯤 퀄리파잉스쿨 보려고 계획했거든요."
20일 서울 청담동의 헤어숍에서 만난 백규정(19ㆍCJ오쇼핑)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들떠 있는 목소리만은 감출 수 없었다. 백규정은 전날 인천 스카이72에서 열린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브리타니 린시컴, 전인지와 연장 승부 끝에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백규정은 당시를 떠올리며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손이 덜덜 떨리고 땀도 많이 났다"며 "미국 진출은 아직 내 자신이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LPGA대회 출전에 우승까지 했다.
▶사실 마지막 날 손이 덜덜 떨리고 심장이 마치 100ｍ 달리기를 한 것처럼 쿵쾅거렸다. 손바닥에 땀도 많이 났다.
－전혀 긴장한 듯 안 보이던데.
▶원래 루틴이 빠르고 결정하면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게 긴장되는 상황이 재미있어졌다.
－긴장하지 않는 방법이 있나.
▶마음속으로 `이왕 뭔가 한다면 자신 있게, 그리고 후회 남지 않게 하자`고 계속 생각한다. 위축돼서 실수를 하느니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거 다 보여주고 결과에 승복하는 게 나중에 후회되지 않는다.
－멘탈 코치에게 배운 것인가.
▶KLPGA 2부투어 경험이다. 국가대표도 하고 세계대회 금메달도 땄는데 지난해 2부투어에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결국 29만원이 부족해서 상금랭킹 4위로 시드전에 가야 했다. 그때 경험을 통해 몸으로 깨우친 교훈이다.
－올해 매너 논란 등 구설에 많이 올랐다.
▶기사도 댓글도 다 봤다. 속상하고 직접 해명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해에 대해 생각해보니 내 잘못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나 행동 모두 내가 자초한 것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골프만 생각했다.
－이후 변한 것이 있나.
▶지적해주시는 분들과 골프팬들을 생각하며 고민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웃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경기 때마다 자꾸 웃으려고 노력하니 이제는 조금 자연스러워졌다.
－멘탈이 강한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 일기도 쓰고 멘탈노트도 보면서 늘 부족한 부분을 살피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지금도 야디지북에 `골프는 미스가 났을 때 비로소 게임이 시작된다` `내 마음마저 컨트롤할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문구를 적어놓고 흔들릴 때마다 본다.
－내년 김효주와 LPGA에서 맞붙는다.
▶10년 넘게 경쟁해온 김효주는 친구이자 내가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선의의 라이벌이다. 하지만 경쟁보다 내년에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는 투어 생활을 하고 싶다.
－LPGA투어 진출을 앞두고 목표는.
▶사실 미국 진출을 원한 건 정말 원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올림픽 출전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을 대표해 출전한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설렌다.
■ She is…
△1995년 10월 15일생 △키 173㎝ △현일고, 연세대학교 재학(체육교육학)△세계랭킹 13위 △2011 한국여자아마선수권 우승 △2012 세계아마추어 골프팀 선수권 금메달 △2013년 KLPGA투어 시드전 1위 △2014년 KLPGA투어 3승 △2014년 LPGA투어 하나외환챔피언십 우승 △2014년 KLPGA 상금 4위ㆍ신인왕 포인트 공동 1위ㆍ평균퍼팅 4위
[조효성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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