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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세리머니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아마 18번홀에서 버디를 성공시키고 주먹을 불끈 쥔 게 가장 큰 액션인 것 같아요. 사실 좀 창피하기도 하고, 시쳇말로 손발이 오글거리잖아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메이저 퀸`이 된 김효주(19ㆍ롯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19세 소녀로 돌아왔다.
김효주는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용인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전화 인터뷰를 하며 우승 당시 긴박했던 순간과 심정을 공개했다.
김효주는 `베테랑` 캐리 웹(호주)과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던 16번홀(파3)에서 3퍼팅으로 보기를 범했다. 그는 "두 번째 퍼팅이 생각보다 세게 맞아 제발 멈추라고 되뇌었는데 다행히 해저드에 빠지지 않았다"며 "캐디가 (경사가 심하니)빨리 뛰어가서 마크하라고 했는데 그 순간 `뛰면 좀 없어 보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느긋하게 걸어갔다"고 말했다.
티샷이 너무 잘 나가 90야드가 남았던 17번홀(파4). 김효주는 "이전까지 페어웨이가 단단해서 세게 눌러 쳤는데 갑자기 클럽헤드가 페어웨이에 푹 박히면서 마치 뒤땅 친 것처럼 볼이 얼마 못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순간 `헐~`이라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내가 생각해도 정말 세이브를 잘했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18번홀에서 두번째 샷은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으로 핀을 보고 쳤단다. "2등 할 거라면 공격적으로 해서 1등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174ｍ가 남아서 22도 하이브리드로 쳤는데 정말 잘 날아갔다"고 돌아봤다.
김효주에게 18번홀 버디는 골프 인생 전환점이 될 만한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18번홀에서 극적인 퍼팅을 잘 못 넣었지만 이제 정말 기분 좋은 기억이 생겼다"고 말했다.
축하 메시지를 300개 넘게 받았고, SNS로도 축하를 받았는데 아직 답도 제대로 못했다며 안타까워한 김효주는 "지금은 집에 가 누워서 쉬고 싶다. 그리고 엄마가 해주는 밥하고 감자전을 먹고 싶다"고 했다.
김효주는 마지막으로 "잘못된 얘기가 많다. 사실 SNS를 삭제한 것은 딱 4일뿐이었다. 그리고 라운드 끝나고 작성했던 `멘탈 노트`는 이제 안 쓴다. 한연희 선생님과 아버지가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이날 공항에 도착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승한 기쁨보다 국내에서 남은 하반기 일정을 잘 보내고 싶다. 뒷심이 부족하다거나 체력이 모자란다는 말은 듣기 싫다"고 각오를 밝혔다. 물론 목표는 우승을 몇 차례 더 하는 것이다.
LPGA 직행 티켓을 땄지만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김효주는 "어른들과 상의해서 준비가 확실하게 됐을 때 가고 싶다. 아직 체력과 숏게임을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LPGA투어 비회원 신분으로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지만 김효주는 결과에 만족할까. 아니다. 김효주는 여전히 `짠돌이`다. 에비앙 챔피언십 플레이에 대해서는 80점밖에 못 주겠단다.
골프만 `짠돌이`가 아니다. 김효주는 돈을 쉽게 쓰지 못한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비행기 파업으로 김효주는 택시를 빌려 파리까지 600㎞ 거리를 7시간에 걸쳐 이동해야 했다. 지치는 것보다 택시비가 아까웠다. 김효주는 "힘들게 번 돈을 택시비로 200만원이나 내려니 너무 아까웠다"고 말한 뒤 "그래도 약속한 엄마 가방은 같이 가서 사 드리겠다. 그런데 정작 돈이 아까워서 내 것은 잘 안 산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인천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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