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괴물` 김효주(19ㆍ롯데)가 `메이저 퀸`에 등극했다. 15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정상에 오른 김효주는 `LPGA투어 직행`이라는 달콤한 보너스를 받고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 박인비(26ㆍKB금융그룹)에 이어 `골프 여제`의 계보를 이을 준비를 마쳤다.
태극기를 두르고 트로피를 든 김효주의 눈이 촉촉하게 젖었다.
평소에는 절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성격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4년 전 대표선발전에서 떨어져 태극 마크를 달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나가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제서야 털어내서다. 세계랭킹이 10위까지 치솟으며 자신의 꿈인 `2016 브라질올림픽 국가대표`에도 한발짝 더 다가섰다.
이날 프랑스 에비앙-레벵에 위치한 에비앙 마스터스 골프클럽 18번홀(파4ㆍ441야드) 그린. 1타 뒤진 김효주의 볼은 홀에서 3.6ｍ 떨어졌다.
반면 역전 우승을 노린 호주의 노장 캐리 웹의 두 번째 샷은 그린을 살짝 벗어난 상태. 기세가 오른 웹에게 3퍼팅을 기대하기는 힘들었지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김효주는 압박감속에서도 버디를 성공시켰고 웹은 2ｍ 파퍼팅을 실패했다.
동료 선수들과 골프계 관계자들은 김효주의 LPGA 진출에 대해 `성공을 확신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컴퓨터처럼 정확한 샷과 강력한 멘탈 때문이다.
김효주의 물 흐르는 듯한 스윙이 18홀ㆍ4라운드 내내 끊이지 않는다. 마치 기계 같다. 정교한 리듬과 스윙덕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무리 긴장된 상황에서도 자신 있게 드라이버샷을 페어웨이로 보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게다가 거리가 짧지도 않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치자 몇몇 선수들은 자신의 SNS에 `김효주는 전혀 다른 코스에서 혼자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고 놀라움을 드러냈을 정도다.
아름다운 스윙과 함께 `쿨(cool)한 멘탈`도 성공을 기대하는 이유다. 김효주는 아버지에게 혼이 나도 금방 잊는다. 코스에서는 보기를 잡아도 잠시 `울컥`할 뿐 바로 다음 홀과 다음 샷만 생각한다. 불리한 요소는 빨리 잊고 집중하는 가장 무서운 멘탈을 지녔다.
게다가 밖으로는 웃으며 `허허실실` 전략을 드러내지만 김효주의 속에는 용암같은 `승부욕`이 끓고 있다. 김효주는 우승 직후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잡지 못하면 어렵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사실 메이저 퀸 김효주를 만든 것은 `연습`이다. `땀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김효주는 연습장인 남서울CC를 `집`이라고 말할 정도다. 골프 선수의 길로 들어선 이후 연습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 일주일에 6~7일 연습장을 찾아 6시간 이상 혹독하게 훈련한다. "골프 선수니까 매일 연습해야죠"라는 말뿐이다.
하지만 김효주에게 한 가지 단점이 있다. 체력이다. 완벽한 스윙도 4~5주 이상 연속으로 대회를 나가다보면 흔들릴 때가 많다. `골프 여제`가 되기 위해 체력은 필수다. 박세리나 박인비도 장거리 이동과 이어지는 대회에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비결은 `지치지 않는 체력`이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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