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소재한 런던 헌트 앤드 컨트리클럽(파72ㆍ6656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디안 퍼시픽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6번홀(파5). 전반에만 버디 4개를 잡고 한때 2위 최나연(27ㆍSK텔레콤)에 6타나 앞서 있던 유소연(24ㆍ하나금융그룹)이 후반 급격하게 흔들리며 최나연에게 1타 차까지 쫓기는 상황에 몰렸다.
자칫하면 역전패를 당할 수 있던 유소연은 침착하게 페어웨이를 지키며 세 번째 샷을 핀 1.7m에 붙였다. 역전승을 노리는 최나연 역시 과감한 공략을 했지만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졌고 세 번째 샷을 핀 2m에 붙여놨다. 이제는 퍼트로 승부를 낼 차례. 하지만 최나연은 버디 퍼팅이 홀을 지나가며 파를 잡아 타수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반면 유소연은 버디 퍼팅이 홀로 사라지며 최나연을 2타 차로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극적인 승부처에서 버디를 잡아낸 유소연은 우승을 예감한 듯 입술을 깨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유소연과 최나연 모두 남은 2개 홀에서 파를 잡아내며 유소연이 치열한 우승 경쟁에서 승자로 우뚝 섰다.
무려 2년 만에 느끼는 우승의 기쁨에 유소연은 양손을 불끈 쥐고 환호했다. 2012년 8월 제이미파 톨리도 클래식(현 마라톤클래식) 우승 이후 무려 2년, 40개 대회 만에 일궈낸 성과다.
우승 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은 유소연은 26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도 9위에서 5위로 뛰어오른다.
이날 유소연 우승 스코어는 23언더파 265타. 박인비가 지난 6월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작성한 시즌 최다 언더파 스코어와 타이 기록이다. 유소연은 또 `루키` 이미림(마이어 LPGA 클래식), 박인비(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한국 여자골퍼 LPGA 투어 3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흐름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이 대회에서 최나연이 2위를 차지했고 박인비(26ㆍKB금융그룹)가 3위에 올라 한국 선수들이 리더보드 최상단을 싹쓸이했다.
사실 지난 2년간 `우승`은 없었지만 유소연은 어떤 선수들보다 혹독하게 훈련하며 꾸준하게 상위권을 지켰다. `꾸준하게 상위권에 오르다 보면 우승은 찾아온다`는 믿음에서였다. 지난 40개 대회에서 유소연은 준우승을 세 차례 하는 등 톱10에 27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세계 랭킹도 박인비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높았다. 우승만 못했을 뿐이다. 지난해 한화금융클래식에서는 최종 라운드에서 7타 차 선두를 달리다 김세영의 신들린 샷 앞에 우승을 내주는 쇼크를 맛보기도 했다. 당시 유소연이 받은 충격은 어떤 때보다도 더했다. 7타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자책 때문이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면서 자신감도 점점 떨어졌다. 샷도 건강도 체력도 문제될 것이 없었지만 우승은 늘 유소연을 비껴갔다.
유소연 골프 인생에 자신감과 대반전을 가져온 계기는 지난 7월 열린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 출전이다. 이 대회에서 유소연은 태극마크를 달고 박인비와 짝을 이뤄 2승1무를 거뒀다. 유소연은 "개인 목표보다 태극기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것처럼 큰 중압감은 처음 느껴봤다"며 "하지만 잘 이겨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유소연의 `자신감`은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했다. 첫날 9타를 줄이는 등 사흘간 무려 20언더파를 쳤다. 버디를 21개 잡고 보기는 단 1개에 불과했다. 최종 라운드에서도 전반에만 버디를 4개 잡았다. 손쉽게 우승이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 첫 홀인 10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낸 뒤 15번홀(파4)에서도 2m 파퍼트를 놓쳐 또 한 타를 잃었다. 유소연이 흔들리는 사이 챔피언 조에서 동반 플레이한 최나연이 맹타를 휘두르며 1타 차로 유소연을 압박했다.
하지만 `국가대표`로 단련된 유소연은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16번홀 티박스에서 유소연은 `내가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펼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았고 극적인 버디를 잡아냈다. 사실상 우승을 결정짓는 버디 퍼팅이었다.
남은 홀을 파로 막으며 잘 지켜낸 유소연은 18번홀 그린에서 `골프 여제` 박인비와 동료들에게 샴페인 세례를 받으며 지난 2년간 쌓였던 아쉬움을 한번에 날려버렸다.
[조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