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MBN여자오픈 with ON OFF 1라운드 경기가 폭우로 인해 취소가 결정된 양평 더스타휴 골프리조트 연습 그린.
`디펜딩 챔피언` 김하늘(26ㆍ비씨카드)과 지난주 넵스마스터피스대회에서 생애 첫 승을 차지한 `루키` 고진영(19ㆍ넵스)이 힘차게 달려 넓게 깔아놓은 비닐 위로 몸을 던졌다.
마치 프로야구에서 폭우로 경기가 취소될 때 선수들이 팬서비스 차원에서 그라운드에 깔아놓은 방수포에 몸을 던져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세리머니`와 비슷한 모습이다.
국내 골프대회에서 처음으로 펼쳐진 슬라이딩 세리머니에 골프장을 찾은 골프 팬들과 선수들은 경기가 취소된 아쉬움을 다소나마 날릴 수 있었다.
김하늘은 "1라운드 취소로 멋진 샷은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서 기분 좋고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함께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한 고진영도 "골프대회에서 이런 세리머니를 한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해서 무척 쑥스러웠다. 옷은 흠뻑 젖었지만 막상 하고 나니 재미있었고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MBN여자오픈 1라운드는 새벽부터 내린 비로 정상 출발을 못한 선수들이 비가 그친 뒤 오전 10시 30분에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오전 마지막 조인 장하나ㆍ허윤경ㆍ이정민이 티샷을 날린 뒤 다시 폭우가 내려 경기가 중단됐고 KLPGA 경기분과위원회는 회의 끝에 1라운드 취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4라운드로 예정됐던 대회는 3라운드로 축소돼 열린다. 1ㆍ2라운드에서 예선을 치르고 24일 컷 통과를 한 선수들끼리 우승 경쟁을 펼치게 된다.
○…"휴~." 첫날 경기가 폭우로 취소되면서 `돌아온 LPGA 스타` 안시현(30ㆍ골든블루)은 안도의 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취소가 결정되기 전 4번홀까지 3오버파를 치고 있던 안시현은 경기를 시작한 48명 중 가장 저조한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안시현을 잠깐이지만 심하게 마음고생시킨 홀은 파5 1번홀(525야드)이다. 2온을 노리고 친 두 번째 우드샷이 오른쪽 언덕 깊은 러프로 들어가면서 한 번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다섯 번 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고 2퍼트를 더해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최근 골프다이제스트가 발표한 `2014~2015 대한민국 베스트 뉴코스`에서 최고 점수인 별 5개를 받은 더스타휴 골프장은 대체로 파4 홀이 어렵고 파5 홀은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날 선수들을 가장 힘겹게 한 홀은 다름 아닌 파5 1번홀이었다. 골프장 사이트에는 이 홀에 대해 `욕심만 내지 않으면 편안하게 공략할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이날 이 홀에서 경기한 24명 중 버디를 잡은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반면 보기 8개가 나왔고 더블보기를 친 선수도 안시현을 포함해 3명이나 된다. 핀이 2단 그린 위쪽에 꽂혀 다소 공략하기 힘들기는 했지만 평소 쉽게 플레이됐다고 만만하게 생각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3라운드로 축소된 MBN여자오픈 with ON OFF에서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반드시 버디를 잡아야 할 홀`로 여겨졌던 파5 홀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양평 = 오태식 기자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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