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간) 인터내셔널 크라운 셋째날 경기가 열린 미국 메릴랜드주 오윙스 밀스 케이브스밸리 골프클럽(파71ㆍ6628야드) 16번홀(파5).
한국 에이스 박인비(26ㆍKB금융그룹)의 2m 내리막 버디 퍼팅이 홀로 사라지자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어 유소연(24ㆍ하나금융그룹)도 50㎝ 짧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박인비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반면 스테이시 루이스, 렉시 톰프슨,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미국 대표팀 선수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세계 여자골프 월드컵인 제1회 인터내셔널 크라운 셋째날 1번 시드 미국과 2번 시드 한국 간 맞대결에서 한국이 극적으로 승리를 거뒀다. 한국 선수들은 환호와 함께 기뻐했고 미국 대표팀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피 말리는 극적인 승부는 결승전이 아니라 AㆍB조 3위를 차지한 국가가 단 1장인 와일드카드를 차지하기 위한 플레이오프였다.
세계 여자골프 최강국 자존심이 걸린 `벼랑 끝 승부`에서 한국 대표팀은 극적으로 5개국이 펼치는 결승 라운드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박인비 유소연, 그리고 최나연(26ㆍSK텔레콤) 김인경(26ㆍ하나금융그룹)으로 이뤄진 한국 대표팀은 인터내셔널 크라운 최종 라운드에서 1대1 매치플레이로 역전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날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한국과 미국이 조 3위로 플레이오프를 치를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조 2위를 달리던 한국은 셋째날 일본과 1승1패를 기록하며 총 3승3패, 승점 6점으로 B조 3위를 기록했다.
한ㆍ일전에서 박인비-유소연은 미야자토 미카-히가 마미코 조에 3홀을 남기고 4홀 앞서며 손쉽게 승리해 승점 2점을 먼저 따냈다.
하지만 뒷 조에서 플레이를 펼친 최나연과 김인경이 일본 에이스 조인 미야자토 아이-요코미네 사쿠라에게 2홀을 남기고 3홀 차로 패하면서 승점을 따내지 못해 일본(8점)과 스웨덴(7점)에 이어 조 3위로 추락했다.
사실 최나연-김인경 조도 이날 일본을 상대로 선전했다. 하지만 골프의 신은 일본 편에 선 듯 신들린 듯한 샷이 터져나왔다. 한국이 1홀 앞선 10번홀에서 요코미네가 친 두 번째 샷이 홀에 바로 들어가며 샷 이글로 동률을 만들었다. 운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12번홀(파5)에서도 요코미네의 30야드 어프로치샷이 또다시 홀로 사라졌다. 게다가 14번홀에서는 미야자토의 세 번째 벙커샷이 그대로 버디로 이어졌다.
결국 B조 3위를 차지한 한국과 3승3패로 승점 6점, A조 3위가 된 미국이 우승 격돌이 아닌 엉뚱하게도 벼랑 끝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됐다.
플레이오프 연장전은 `서든데스 방식`으로 펼쳐졌다. 팀당 두 명이 출전해 포볼 매치플레이로 경기를 펼치는데 한국은 박인비와유소연이, 미국에선 톰프슨과 커가 나섰다. 2온이 가능한 파5 홀인 16번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박인비와 유소연은 무리한 2온 작전이 아닌 안정적인 끊어가기 전략을 펼쳤다. 이유가 있었다. 박인비는 경기 직후 "먼저 경기를 펼친 최나연과 김인경에게 홀 상황을 물어본 뒤 2온이 아닌 3온 작전을 짰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거리인 70야드에 공을 갖다 놓은 뒤 어프로치샷을 홀에 붙였다. 이어 "내리막 2m 퍼팅이 지금까지 쳤던 퍼팅 중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이기보다 팀과 나라를 위해 치는 것이기 때문에 더 많이 긴장했다"고 덧붙였다.
`여자골프 세계 최강` 미국은 안방에서 여자골프 최강국 기쁨을 만끽하려 했지만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결승전에 가지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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