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 하일랜드 메도 골프클럽(파71ㆍ6512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마라톤 클래식 최종 라운드 18번 홀(파5).
유소연(24ㆍ하나금융그룹)과 14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리디아 고(17ㆍ캘러웨이)가 100ｍ가량을 남기고 세 번째 샷을 날렸다. 리디아 고는 과거 "장타는 아니지만 페어웨이를 지킬 자신감이 있고 100야드 안팎 거리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핀에 붙일 자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처럼 홀 방향으로 날아간 볼은 그린 왼편에서 크게 한 번 튀더니 홀 왼쪽 1ｍ 옆에 멈춰 섰다. 완벽한 버디 상황. 리디아 고는 표정 변화 없이 평소처럼 침착하게 버디 퍼팅을 성공했다. 리디아 고는 최종일 버디만 6개를 기록하는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바로 뒷조에서 리디아 고의 버디에 따른 갤러리들 함성을 들은 유소연도 질세라 세 번째 샷을 핀 오른쪽 2ｍ 지점에 붙였다. 하지만 회심의 버디 퍼팅은 그만 홀 오른쪽으로 빠졌고 유소연은 1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LPGA 투어 2014시즌 두 번째 우승을 확정한 순간 리디아 고는 `승부사`에서 17세 소녀로 돌아와 티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역대 최연소 우승`(15세4개월2일ㆍ2012년 캐나다여자오픈) `최초 아마추어 2연패`(2013년 캐나다여자오픈)에 이어 LPGA 투어 사상 최연소 상금 100만달러 돌파 기록을 세운 리디아 고의 장점은 정확한 샷과 함께 멘탈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키 165㎝인 리디아 고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250.024야드로 73위에 불과하지만 드라이버샷 정확도는 78%로 17위, 여기에 버디 기회를 잡는 레귤러 온 확률은 74%로 13위에 올라 있다.
샷 기술을 뛰어넘는 리디아 고만의 `천재성`은 멘탈에서 나온다. 리디아 고는 코스 밖에서는 영락없는 17세 고등학생 소녀지만 골프클럽을 잡으면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냉정한 `승부사`로 변한다. 짧은 퍼트를 실수해도 고개를 갸우뚱할 뿐 다시 캐디와 대화를 하며 다음 샷을 준비한다.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던 스윙잉스커츠 대회에서 공동 선두를 달리던 스테이시 루이스가 13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자 바로 버디를 잡아 전세를 역전시킨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리디아 고는 마지막 홀에서 버디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특유의 `강심장`을 앞세워 전세를 뒤집는 승부사 기질은 마치 `피겨 여왕` 김연아를 연상시킨다. 리디아 고는 경기 직후 "마지막 홀에서 반드시 버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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